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29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 판결 이후 꼭 3년이 지났으나 사죄는커녕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미쓰비시가 한국 사법부 판결을 우롱하는 사이 원고 5명 중 2명(김중곤·이동련)은 고인이 되고 말았다"며 "고인이 살아계실 때 사죄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뿌리쳤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기업들을 강압해 판결 이행을 가로막는가 하면 '한국 경제의 숨통을 끊어 놓겠다'라며 무도한 경제보복 조치까지 취해 왔다"라며 "과거 불법행위를 늦게나마 바로잡자는 것인데 일본은 난데없이 판을 엎겠다며 한일관계를 파탄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번 자숙해도 부족할 판에 일본 정부가 개별 기업에 부과된 배상 명령까지 막겠다니 참으로 심보가 고약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대법원 판결 3년이 넘도록 일본 측의 배상이 지체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달리 근로정신대 문제는 그동안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며 "이제야 겨우 언급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정부가 일본과 어떤 교섭을 했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언제까지 피해자 개인이 나서 싸움을 해야 하는지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측에 사죄와 배상 이행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양 할머니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에 사죄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제작했다. 양 할머니는 본인의 이름과 함께 '사죄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일본에 사죄를 촉구했다.
양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공장에서 2년 동안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밤마다 폭격기가 날아오면 작은 구덩이에 숨어 죽음의 공포에 떨었다"라며 "지금도 그때 후유증에 시달리며 밤에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이어"대법원의 배상 판결 이후의 3년은 30년보다도 긴 세월이었다"며 "사죄 한마디 듣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29일 미쓰비시중공업은 김중곤·양금덕·김성주·박해옥·이동련 원고 5명에게 1인당 1억~1억5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미쓰비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는 끝났다며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양 할머니 등은 미쓰비시가 한국에서 소유한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에 대해 압류 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이에 미쓰비시 측은 즉각 항고하면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