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 인사제도의 특징은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화 가속화 △임직원들의 몰입과 상호 협력 촉진 △업무를 통한 더 뛰어난 인재로 성장 등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가장 큰 특징은 실리콘밸리식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지향한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위해 직급별 '표준체류기간'과 승격 포인트를 폐지하는 등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에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직급단계는 CL(Career Level) 4단계(CL1~CL4)로 돼 있다. 기존 CL2(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는 각각 10년 가까이 지나야 승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하면 이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부사장·전무'로 나뉘던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해 임원 직급 단계를 과감히 축소했다. 이같은 연공서열 파타를 통해 30대 임원이나 40대 최고경영자(CEO) 등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사업장 내 카페나 도서관 등에 '자율근무존'을 마련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구축한 것도 실리콘밸리식의 자유로운 업무환경 조성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특히 이번 개편에서 고과 평가방식을 고성과자(10%)를 제외하고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절대평가를 확대해 부서 내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임직원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임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부서장이 업무목표 진척도를 수시로 체크하고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바로바로 가르쳐주는 '수시피드백' 제도를 만든 점이 대표적이다.
사내 'FA'(프리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들에게 다른 직무·부서로 전환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업무역량을 높이고 본인의 커리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제도는 2015년 사내망에서 진행된 임직원 대토론회를 통해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장기간에 거쳐 글로벌 기업 벤치마킹,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과 소규모 간담회를 연달아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삼성전자는 준비된 인사제도 혁신안을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 각 조직의 조직문화 담당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미리 내용을 설명하고 청취해 임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무한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기 위해 '피어리뷰(동료평가)'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임직원간 협업을 장려하되,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의 새 인사제도에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추구하는 이재용 시대 '뉴 삼성'의 비전이 담겼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길에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새로운 삼성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삼성의 변화는 재계에서 일종의 업무 표준으로 받아들여져 왔다는 점에서 '수평적 조직 문화'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관심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혁신은 다른 기업들에도 항상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 왔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이 같은 변화는 전체 한국 기업들의 '일하는 문화'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이르면 내달 1일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월 주총에서 재선임된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부분장 겸 대표이사 3인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