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2013년 박근혜 정부를 소신대로 수사한 것이 계기가 돼 주목받기 시작했다.
윤석열 검사는 그런 과거에 힘입어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되고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다.
그렇지만 윤 후보에게 검찰총장 시절은 고난의 시기였다. 조국 수사와 원전 수사 등으로 현 정부 주류와 맞서면서 검찰 수장임에도 비주류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비주류의 에너지가 역으로 작동해 지금은 자신이 수사했던 정당의 대선후보가 돼 정권교체의 선봉장이 됐다.
얼떨결에 정치권에 들어왔으니 정치권에 측근도 세력도 거의 없다.
고작해봐야 어릴적 죽마고우라는 권성동 의원 정도다. 국민의힘 검찰 출신 의원들은 친정이 같을 뿐 윤 후보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정치적 식견이 바닥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때 '1일1실언'과 손바닥 왕(王)자, 개사과 논란은 정치적 감성 부족의 발로다.
그러다보니, 윤석열의 정치교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윤 후보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의 시작이다. 문고리 권력은 점잖은 표현이고 이준석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파리떼'들이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당내 경선은 사실상 오세훈 후보와 청년 이준석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당시 당내 주류들은 대체로 나경원 후보를 지원했고 심지어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 때는 노골적으로 안철수를 지원했다.
이들은 이어 4월말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현 김기현 후보를 외면하고 김태흠 후보와 권성동 후보를 밀었다. 결과는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바닥현장을 누빈 김기현 후보의 승리였다.
그리고 두 달 뒤 당 대표 경선에서 주류들은 나경원과 주호영 후보를 밀었다. 결과는 2030 바람을 탄 이준석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당 주류라는 이들은 올해초부터 당내 권력창출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주류지만 졸지에 비주류를 경험하는 세 차례 연속 패배였다.
이들은 다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면서 비로소 주류다운 주류로 올라섰다.
서울시장 당내 경선부터 시작해 지난 5일 대선후보 경선까지 파리떼처럼 몰려다닌 끝에 드디어 당내 권력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바로 윤석열 후보의 측근이라고 불리는 문고리 권력의 실체다.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한 주역들이다.
윤한홍 의원은 홍준표 의원의 최측근이었지만 경선 직전 윤석열 후보쪽으로 말을 갈아탄 인사다.
권성동 의원은 당의 사무총장이자 윤석열 캠프 당무지원본부장을 맡아 명실공히 최고 실세다.
윤한홍 의원은 전략기획부총장이 됐고 후보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던 장제원 의원은 아들 문제로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캠프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중진들이 윤석열 선대위 전면에 나서면서 새로운 인재영입은 커녕 당내 신진 인사들의 진출마저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반문' 외에 상징적인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 선출 이후 한 달이 다되도록 선대위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50조원 지원'과 '종부세 폐지' 등 돌출성 발표로 혼선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문고리 권력들의 생각과 조언이 윤석열의 정치적 행보를 결정하는 듯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윤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상대적 우위를 점하면서 문고리들이 주장하는 '김종인 무용론'을 경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라면 윤석열 캠프가 김종인을 끝내 용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뒤늦게 합류한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한 기억이 있다.
이러는 사이 비주류의 참신함과 소신이 무기인 윤석열 후보는 무소신과 준비안된 대선후보로 각인되가고 있다.
그 중심에 파리떼로 시작해 윤석열 후보 중심으로 다시 뭉친 문고리 권력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