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간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역대 최고 수준의 비호감도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지지층 뿐 아니라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형적인 '진보 대 보수'의 프레임을 고수하지 않는 모습이다.
위기는 돌파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소신 굽히는 유연함…접점 넓힌 청년 공약도 곧 제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합동 11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 따르면 부동층은 지지후보가 없다 15%와 모름·무응답 8%를 합해 23%에 달한다.(성인 남녀 1004명 대상. 22~24일 실시, 25일 발표) 윤 후보 35%, 이 후보 32%인 후보 지지율을 감안한다면 부동층의 규모는 매우 큰 편이다.
이 후보 측은 특히 위기에 강한 이 후보의 삶의 궤적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단 신천지의 조직원 명단이 확보되지 않아 보건복지부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직접 신천지의 본산으로 향해 행정집행으로 이를 확보한 일은 이 후보의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유연성에 대해서는 최근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철회하고 이를 소상공인·자영업자 선별지원으로 돌아선 사건이 거론된다. 소신대로라면 전국민 지원이 맞지만 이를 더 고집했다가는 소상공인 지원의 적기마저 놓칠 것을 우려, 정치인으로서는 적지 않은 내상이 불가피함에도 기존 주장을 철회했다는 것이 이 후보 측의 설명이다.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100%에 달하지 못하자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경기도민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전도민 재난지원금을 강행할 정도로 소신이 확고하지만, 그만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이를 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당선 후 소상공인·자영업자 50조 지원을 공약한 윤 후보를 향해 즉시 지급하자며 여야 합의를 촉구함으로써 공세로의 전환을 꾀하기도 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책에 있어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효능감"이라며 "더 위급한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우려가 있다면 소신이라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 이재명스러움"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 시리즈'를 청년 기본소득, 청년 기본주택, 청년 기본금융 등 청년 시리즈로 재정비함은 물론 소확행 공약시리즈로는 '청년면접 관련 완벽 지원 서비스 도입'을 제시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살펴보고 있다. 본선 이후 처음 발표한 대표공약인 '디지털 전환성장'도 관련 일자리 확산의 최대 수혜자가 2030세대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아직 대표 공약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청년과의 만남을 통해 접점을 넓힌 후 많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종합적인 성격의 청년 공약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타도'라는 프레임에 갇혀 문 대통령의 반사체, 투사체에 불과한 윤 후보와 달리 이 후보는 행정 현장에서 자신의 성과를 토대로 여당 대선 후보가 됐다"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이러한 프레임과 무능함으로 대변되는 후보와 공약 실현을 통한 성과로 말해 온 후보 중 누구와 함께 해야 할지에 대해 2030 유권자들께서 현명히 선택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후보들과 차별화 나서며 중도 표심 잡기 위해 文정부 방식도 불사…선대위 '얼굴'은 고심
문제는 본선이다. 윤 후보와 민주당 이 후보 양쪽 모두 결집된 지지층을 바탕으로 승부를 펼치는 만큼 중도층 표심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당 안팎에선 불과 5%포인트 가량 박빙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본선에 오른 윤 후보가 과감하게 중원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윤 후보 측은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무난한 경선 승리를 예상했기 때문에 다소 중도층 색깔이 반영된 본선용 공약을 준비해왔다.
윤 후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50조원 상당의 '코로나 100일 긴급구조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취임 후 100일 내 지역·업종별 소상공인 피해를 등급화해 금융지원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해당 프로그램에 소요될 50조원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윤 후보 측은 국채 발행 등을 언급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국채 발행 등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지만, 이같은 비판을 감수하면서 중도 표심 잡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그간 보수정당 대선후보들과 결이 다른 정책을 내놨다. 보수층 지지를 받는 대선후보들이 심심찮게 '독자 핵무장론'을 주장했던 바와 달리 윤 후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공조 강화에 방점을 뒀다. 북한이 먼저 도발 방지를 약속하고 핵사찰 등을 수용해야만 경제협력 등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방식과도 다소 결이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 수준에 따라 경제적 협력도 가능하다고 여지를 둔 셈이다. 이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유승민 후보 등은 윤 후보의 정책이 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중도 이미지'를 표방하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윤 후보측 내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 합류를 거부하자, 일단 '김종인 자리'를 빼고 선대위 인선을 강행한 상태다. 이밖에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와 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 등도 공동선대위원장 직 합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중도‧개혁 인사들의 합류가 절실한 상황이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일을 하는 실무진은 누굴 써도 크게 상관이 없지만 선대위의 '얼굴'이라 불리는 인사들은 중도층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아직 선대위 구성이 진행되고 있고 김 전 위원장 합류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라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