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중국인 감독, 히로시마 반성 장면으로 모국서 '뭇매'

중국매체들, 클로이 자오 감독에 "왜 난징학살·731부대는 안 다루나"

클로이 자오 감독. 연합뉴스
마동석이 출연한 슈퍼 히어로물 영화 '이터널스'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중국명 자오팅<趙?>) 감독이 모국인 중국에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터널스에서 주요 캐릭터인 한 초능력 과학자를 통해 히로시마(廣島) 원자폭탄 투하에 대한 인류 차원의 반성을 표현한 장면이 문제가 됐다.

전쟁을 일으킨 것을 반성하기보다는 원폭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일본 우익의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중국에서 제기되면서 애초 중국 비판 발언으로 중국 내 '블랙리스트'에 오른 자오 감독이 또 한번 비난 세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지난 25일자 기사에서 이 영화의 각본을 공동집필한 일본계 작가 매튜 '카즈' 피르포의 인터뷰를 인용, 해당 장면이 제작진 안에서도 논쟁이 됐으나 자오 감독이 삭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펑파이는 "중국 본토에서 10년 이상 살았던 자오팅은 이 장면이 야기할 수 있는 거대한 논란을 예상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이어 수많은 중국인이 일본 군인들에 의해 살해된 난징(南京)대학살을 상기하며 "자오팅은 왜 슈퍼히어로가 1937년 난징에서 울며 무릎을 꿇고 사과하도록 하지 않았는가"라고 썼다.

또 중국의 영화 프로듀서 왕하이린은 26일 환구시보(環球時報) 인터넷망에 기고한 글에서 원폭 반성 장면에 대해 "세계 영화사에 남을 터무니없는 장면이 될 것"이라고 썼다.

왕씨는 "인류가 기술을 이용해 사악한 일을 한 것으로 치자면 왜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악마부대는 표현하지 않나"라며 "하얼빈의 731부대 유적 앞에 무릎꿇는 장면을 담으면 더 반전(反戰) 주제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10대때부터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한 뒤 미국에 정착한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로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감독상과 작품상을 석권하며 세계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현재 국적은 중국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2013년 중국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곳이라는 취지의 인터뷰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는 '반중감독'의 낙인이 찍혔고, 결국 노매드랜드는 세계 영화제의 주요 상을 휩쓸고도 감독의 모국인 중국에서 개봉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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