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품시계 '중고 위탁판매' 사기…최소 3억대 피의자는 활보 중

'오데마피게' '롤렉스' 등 명품 중고시계 사기…피해자 10여 명
"구매자와 연결해주겠다"며 '위탁판매'로 접근해…최소 3억 원
'가짜 변제서' 보내주면서 피해자 법적 대응 미루기도
지난 10월까지도 판매자들에게 '위탁판매' 문자 보내
경찰, 유씨 입건해 수사 중…"피의자 조사 응하지 않아"

중고 시계 판매자에게 '위탁판매'를 빌미로 접근해 물품을 갈취하는 수법을 쓰는 한 사기 피의자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같은 수법으로 최소 10여 명에게 3억 원 상당의 물품을 갈취한 혐의로 유모(28)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유씨는 국내 한 온라인 시계커뮤니티에 중고 시계판매글을 올린 판매자에게 구매자를 알선해주겠다며 '위탁판매' 홍보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후 중고명품업체나 카페 등에서 피해자를 만나 위조 계약서를 작성하고 고가 시계를 갈취했다. 이 과정에서 유씨는 유명 시계업체를 사칭해 판매자들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7월 중순 A씨는 한 온라인 시계커뮤니티에 7650만 원 상당의 '오데마피게' 시계 판매글을 올렸다. 7월 21일 A씨는 '위탁판매' 방식으로 판매해 주겠다며 다가온 유씨를 강남구 한 중고명품업체에서 만났다.

유씨는 당시 중고명품업체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시계를 맡겨두면 구매자를 찾아 거래를 이어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유씨가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오프라인 업체의 직원이라는 점 때문에 큰 의심없이 시계를 건넸다.

이에 대해 A씨는 "중고 시계거래에서 위탁판매는 흔한 방식이다"며 "유씨를 만났던 현장이 유명한 중고명품업체라서 더욱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계를 넘긴 뒤 약 1시간 뒤 해당 업체 사장으로부터 "아무래도 유씨가 사기를 친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업체 사장은 직원이었던 유씨와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사건에 대해 유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 중이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유씨의 사기 범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8월 6일 구로구 한 카페에서 유씨와 만난 B씨도 위탁판매 사기 수법으로 25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갈취당했다. B씨는 "롤렉스 시계를 판매하려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더니 유씨로부터 문자로 '위탁 판매를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판매하는 입장에선 빨리 팔리면 좋겠다 싶어서 맡겼다"고 했다.

이어 "카페에서 유씨 신분증을 받고 시계를 맡겼다"며 "다음날 거래 마친 뒤 금액을 주기로 했으나 주지 않고 미뤘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이후에도 B씨와 통화에서 돈을 갚겠다고 말하며 4개월을 끌어왔다.

구로경찰서는 유씨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지난달 말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유씨의 이같은 사기 수법 피해자들은 현재 최소 10여 명에 피해금액은 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아직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은 피해자가 다수(多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서대문구에서 유씨에게 24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사기당한 C씨도 아직 형사 고소를 진행하지 않았다. C씨는 "물건을 넘기고 이틀 뒤 1800만 원을 받았는데 나머지는 며칠 뒤 주겠다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근에서 연락이 아예 끊겼다"고 밝혔다.
유씨는 판매자들에게 이 같은 '위탁판매' 문자메시지를 보내 접근했다.
유씨가 사기 피해자들에게 '변제서'를 작성해 본인 얼굴과 함께 사진을 찍어 보내,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미룬 측면도 있다. 변제서 내용을 보면 '나 유○○은 사기친 금액 ○만 원을 ○년 ○월 ○일까지 처리하겠다'는 등 본인의 범행을 인정하는 부분도 등장한다.

하지만 유씨의 변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사기 혐의가 짙어 보인다. 그가 경찰에 입건된 이후 시점인 10월까지도 '위탁 판매' 홍보용 휴대전화 문자를 중고 판매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 18일까지도 피해자들과 통화하며 '변제하겠다'고 연락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위탁 판매 사기를 이어가거나, 이전 피해자 일부에게 변제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끄는 등의 추가 범행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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