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현지 수사망을 뚫고 본토로 도주했으나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망에 딱 걸려 체포될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26일 CNN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한 30대 남성은 지난 22일 오전 8시께 대만 신베이시(新北市)에서 45세 남성을 총으로 쐈다. 당시 피해자는 목 부위에 2방의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후 이 용의자는 용의주도한 도주극을 펼쳤다.
먼저 현장을 떠나는 데 이용한 차량은 인근 쇼핑몰에 버렸다. 추격 팀에 혼란을 주기 위해 도주하는 동안 두 차례 옷을 갈아입기도 했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동안 일부러 여러 차례 대중교통을 갈아타기까지 했다.
마침내 정오께에는 중국 본토행 항공기를 타고 이륙해 대만의 수사망을 뿌리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도주극은 중국에서 막을 내렸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외국인 방문객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자국민이 귀국하는 경우에도 중앙 격리시설에서 14일간 격리를 마쳐야 한다.
이 용의자도 격리를 피해갈 수 없었고 결국 중국 푸젠성 남부에 샤먼(廈門)시의 한 호텔에 '갇혀' 꼼짝도 못하게 됐다.
대만 범죄수사국(CIB)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뒤 중국 공안 당국에 송환을 요청한 상태여서 용의자는 격리 후에 체포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이 요청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중국이 대만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양측 관계가 악화하고 있어서다.
대만과 중국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09년 이후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넘겨받은 범죄 용의자 수는 502명, 대만이 중국에 넘겨준 용의자는 21명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중국이 대만으로 넘겨준 용의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