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했다.
김 상임선대위원장 26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를 찾아 윤석열 후보와 비공개 면담을 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대선 이후 어떠한 선출직이나 임명직 공직에 나서지 않겠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든 선대위가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본부장들과 상의도 해야하고, 더 이상 이 이슈가 여기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 전 위원장 없는 비대위를 상정한 것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미 일부 업무는 시작됐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 오기 전에도 일부 본부장이 되신 분들께 제가 이러 이러한 것 하시면 어떨지 주문도 했다"거나 "중요한 것이 정책적인 부분에서 대처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총괄본부장단인 상견례 겸 첫 회의를 갖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도 김병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일각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합류를 위해서는 김병준 위원장의 역할을 제한하거나 보직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윤 후보는 "역할을 굳이 조정할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윤 후보는 김병준 위원장에 대해 "월요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다"며 공식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에 대해서는 "자꾸 말씀드리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윤 후보 측은 선대위 출범 예정일인 다음달 6일까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윤 후보가 인선을 강행한 데 이어 김병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합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오후 YTN에 출연해 김종인 전 위원장의 합류가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주변에서 다소 부적절한 언급과 익명 인터뷰가 있어서 단기간 내 모시기 힘들다"며 "사실상 김병준 위원장을 원톱으로 모시는 체제로 운영되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맡고 있지만, 그 역시 김병준 위원장에게 총괄 관리 영역을 일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괄선대위원장을 수락하지 않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