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합류에 선을 긋고 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무언의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선대위 일정을 하나씩 밟아가며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버스는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럼에도 김종인 전 위원장은 "할 말이 없다"라고 합류에 선을 그었다. 윤 후보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란 확신을 주지 않는 한 김 전 위원장이 다음달 초로 예정된 선대위 발족식전까지 합류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김병준… 예정에 없던 회동·기자회견
윤 후보는 26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당사에서 만났다. 애초 예정에 없던 만남이었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번 선대위 인선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윤 후보를 포함해 윤석열 캠프는 김병준 위원장에게 상당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과는 껄끄러운 관계다.여기에다 김 전 위원장이 이번 인선에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포함된 것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낸 적도 있어, 김병준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이준석 당대표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후보가 김종인과 김병준 양방 간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보란 듯이 윤 후보와 만났고 이후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퇴설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가지든 선대위가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총괄선대위원장 문제로 (선대위 출범이) 지체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더 이상 모시고 안 모시고 관계없이 선대위가 그냥 있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국민들도 이해하실 것"이라며 "이 자리에 오기 전에도 일부 본부장들에게 제가 이런 것은 하면 어떨지 주문도 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 합류와 상관없이 공식 업무는 시작됐다는 압박성 메시지인 셈이다. 예정에 없던 회동과 기자회견에 대해 윤 후보는 "일반적인 것"이라며 "어차피 (김병준 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이 됐으니, 진작 한 번 만났어야 했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준석 당대표는 "그런 기자회견 자체가 무슨 목적이었는지는 파악이 안 된다"라며 "저는 어쨌든 김 전 위원장과 후보 간의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왜 그런 기자회견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尹, 인선도 강행…당내선 "金, 일 할 수 있는 환경 원할 것"
윤석열 후보는 전날에는 선대위 본부장급 인선을 강행하기도 했다. 정책총괄본부장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임명했고, 이어 조직총괄본부장 주호영 의원, 직능총괄본부장 김성태 전 의원, 총괄특보단장 권영세 의원,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은 권성동 의원 등을 임명했다.앞서 당 요직에 자신의 캠프 인사를 배치한 것에 이어 선대위의 허리라 불리는 본부장 자리에도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전면 배치한 것인데, 그동안 '새로운 인물'을 강조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의 주문과는 부딪히는 인선이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는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는 비워뒀다. 선대위 출범 예정일인 다음 달 6일까지는 공석으로 둔 채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합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에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오기 어렵지 않겠는가. 윤 후보 측도 지지율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힘 겨루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합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과 김 전 위원장의 과거 사례를 볼 때 김 전 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당 고위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에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사이에서) 서로 사람이 오가며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미스매치가 계속 일어나는 것 같다"라며 "두 사람이 무조건 만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으로 보이는데, 윤 후보가 어떻게 확신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