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수소를 싼값에 대량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고 생산된 수소를 사용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손쉽게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통시스템을 갖추는게 가장 중요하다.
수소 유통과 판매의 핵심은 '수소충전소'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LPG 차량을 생산하고 택시연료로 LPG가 사용되기 시작할 무렵 가장 큰 고민거리는 충전소 인프라를 어떻게 갖추느냐 였다. LPG차량을 운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료 게이지에 비상등이 켜졌을 때 '어디가서 충전할 것인지' 걱정했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2천년대 초만해도 가스충전소 찾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만큼 어려워 한번 충전하려면 진땀을 빼기가 일쑤였다. 폭발위험이 높아 충전소 입지 확보가 쉽지 않은데 LPG 차량이 널리 보급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충전소 없는 곳 태반인데 어떻게 확충?
수소도 LPG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까?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수소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충천 인프라는 아직 취약하다. 2020년 수소충전소는 70개였다. 2021년 130개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올 연말에는 150개로 확충될 예정이다. 전국에 226개 시군구 대비 수소충전소 없는 곳이 태반이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하고 이에 발맞춰 26일 '수소경제 전환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2050년 국내 총 에너지소비의 33%를 수소로 충당하고, 발전량의 23.8%를 수소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수소모빌리티사회는 눈앞의 현실이 됐다.
수소충전소 확충 로드맵도 나왔다. 대한민국 탄소중립 원년인 2050년까지 2천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 연도별 목표는 2022년 310개 → 2025년 450개 → 2030년 660개 → 2040년1200개 → 2050년 2천개 이상 이다.
"2030년 주요도시 20분이내 충전소 이용 가능"
국민들이 언제‧어디서든 편리하게 수소를 충전할 수 있게 2025년까지 전국 226개 시‧군‧구에 원칙적으로 1개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만들고, 2030년에는 주요 도시에서 20분 이내, 2040년에는 15분 이내에 수소충전소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충전소가 부족한 서울과 경기, 광역시, 고속도로에는 더 빨리 충전소를 세우기로 했다.계획대로 수소충전소가 들어서려면 충전소를 세울 부지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수소 역시 가스이면서 폭발위험이 있어 도심지 내부에서 수소충전소 입지를 확보하는 게 생각 처럼 쉽지 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안이 기존 주유소나 가스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하거나 겸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수소충전소 설치업체인 하이넷과 코하이젠은 26일 한국주유소협회·LPG산업협회와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전환 협약식'을 갖고 수소충전소 건설 부지를 적극 제공하기로 했다.
주유소업계는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사업영역 축소에 따른 위기를 수소충전소 전환으로 피할 수 있고 정부는 구하기 어려운 수소충전소 부지를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이다.
주유소의 수소충전소 전환은 모두에 윈윈
산업부 양병내 수소국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소안전관리기준에 따라 충전소를 확충하고 있다"며 "수소는 무거운 LPG과 달리 가볍기 때문에 폭발위험이 훨씬 낮지만 수소충전소 건설 때 안전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어 수소에 대한 불안감은 많이 낮아졌다"고 밝혔다.정부가 마련한 '수소충전소 건립 기준'에는 폭발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소충전소에 방호벽을 설치하고 보호시설이나 화기 등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규정했다. 주변 시설물과 충전소 경계는 10m, 방호벽을 설치할 경우 5m, 주변 보호시설과의 17m 거리를 띄워야 한다. 이외에 환기설비, 가스누출검지기, 화염검지기 설치도 의무화 돼 있다.
LPG충전소는 수소충전소로 전환이 금지돼 있었지만, 수소충전소 확충을 위해 규제를 풀었다. 수소사회 청사진과 함께 전국의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