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테슬라의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애플과 구글 등 미국의 핵심 테크기업이 본사를 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 문화와 벤처 캐피탈의 진원지일 수 있지만 텍사스에는 기업 친화적인 의원, 저렴하고 풍부한 토지, 제조업 중심 기업에 필수적인 천연자원이 있다"며 "이 모두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텍사스에는 개인 소득세가 없다. 캘리포니아는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다. 3400억달러(약 405조6500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인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오스틴 인근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밸리' 떠나 '힐스'로…'비즈니스 최상의 주' 17년 연속 1위 지킨 텍사스주
텍사스 오스틴은 양질의 교육을 받은 젊고 풍부한 인적자원, 낮은 생활비 및 세금 부담, 테크 친화 환경으로 '실리콘 힐스(Silicon Hills)'로 부상하고 있다. 높은 세금 부담과 각종 정부 규제, 높은 주거비용 등의 이유로 '실리콘밸리 엑소더스'를 선언하는 테크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인 오라클은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고, 실리콘밸리 시대를 이끈 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는 휴스턴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기업인 디지털 리얼티도 올해 초 오스틴으로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테슬라의 본사 이전 당시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관리들은 기업 경영에 좋은 지역을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며 "머스크의 이번 결정은 이 논쟁에 확실히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텍사스는 경영전문지 '치프 이그제큐티브 매거진'이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최악의 주(Best and Worst States for Business)'순위에서 올해까지 17년 연속으로 '최상의 주' 1위를 지켰다. 최고경영자(CEO)들은 각 주의 비즈니스 환경과 인력, 삶의 질 등을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제시했다. 특히 비즈니스 환경 중에서는 조세정책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코트라는 올해 1월 '美 텍사스의 실리콘힐스, 오스틴이 뜬다'는 제목의 해외시장뉴스에서 "오스틴은 역동적인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글로벌 테크 기업이 함께하는 산업 생태계를 제공한다"며 "풍부한 인적자원, 낮은 세금 부담, 전국 평균 이하의 생활비, 기술 친화 환경 등의 장점으로 인해 앞으로도 더 많은 테크 기업이 오스틴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력난' 겪은 삼성전자, 오스틴 대신 테일러 낙점
미국 내 두번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를 놓고 1년 가까이 고심한 삼성전자가 결국 텍사스를 최종 낙점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을 비롯해 애리조나주 굿이어·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 복수 후보지를 검토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크고 새로운 비즈니스 투자를 유치할 때 텍사스만큼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가 거의 없다"며 "삼성전자가 다른 후보지였던 뉴욕이나 애리조나 대신 텍사스를 선택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테일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약 150만평의 신규 공장 부지는 오스틴 사업장과 불과 25km 거리로 기존 사업장 인근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테일러가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는 점을 보도자료에서 거론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텍사스주를 덮친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난을 겪으면서 오스틴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제1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 액수만 최고 4천억원에 이른다.
로이터 통신은 25일(현지시간) '텍사스의 작은 마을이 170억 달러에 달하는 삼성 반도체 공장 거래를 성사시킨 방법(How a little Texas town snagged a $17 bln Samsung chip plant deal)'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테일러가 오스틴의 약점을 파고들며 '구애 작전'을 펼쳤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주선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이정배 사장은 미국 최대 송배전 회사인 온코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텍사스 한파 때도 자사의 산업용 전력 공급망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또한 최근 테일러시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알로카에서부터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송수관 건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윌러엄슨 카운티의 빌 그라벨 판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발표 전까지 텍사스 중부에 있는 작은 마을 테일러를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한국인과의 협상을 위해 아시아 문화에 관한 책을 몇번이고 읽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매료시킨 테일러는 이번 투자로 하이테크 일자리 2천여개를 비롯해 수천개의 간접 고용 창출 효과를 안게 됐다. 신규 공장 부지는 약 500만㎡(150만평)에 달해 건설 일자리도 6500개 이상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텍사스에 투자하는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과 뛰어난 노동력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신규 테일러 반도체 생산시설은 텍사스 중부 주민들과 가족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텍사스의 특출한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