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대박친 '문과' 출신 기업인

(주)지에프아이 이상섭 대표

마이크로 캡슐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주)지에프아이 이상섭 대표
'불이 번지기 전에 스스로 꺼지게 할 수는 없을까?'
 
망상 같았던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친 기술 혁신 중소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기업은 스마트 소방용품을 생산하는 주식회사 '지에프아이'.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마이크로 캡슐에 소화 약제를 집어 넣은 뒤 이를 양면 테이프 형태나 로프 형태, 사각판 형태로 만든 '이지스' 소화 시스텐이다. 
 
이지스 시스템은 고분자 합성수지를 직경 150마이크로 미터 정도의 알갱이 형태로 가공한 뒤 쉽게 기화되는 성질의 소화 약제를 주입해 만든다. 소화 약제가 주입된 미세 알갱이(마이크로 캡슐) 수만개를 접착력을 가진 소재와 반죽해 테이프 형태나 사각판의 형태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테이프 등을 배전반이나 멀티탭 내부에 붙여 놓기만 하면 설치는 끝난다. 배전반이나 멀티탭에 과전압 등으로 불씨가 생기면 미세 알갱이가 열에 의해 터지면서 주입된 소화 약제가 밖으로 배출돼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게 된다.
 
알갱이 속에서는 액체 상태로 있던 소화 약제는 노출 즉시 기화되기 때문에 화재 이후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소화 약제로 인한 오염 우려가 없는 셈이다. 여기에 작동 전원도 필요없고 사람의 개입 없이 알아서 불을 끌 수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같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이상섭 대표의 작품이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 뒤 러시아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 20년간 현지에서 로펌을 운영한 전형적인 '문과' 출신이다.
 
그런 그가 이지스 시스템을 개발하고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혁신 기업 대상을 수상한 것은 상당히 의외다.
 
"첫 망상은 2013년쯤이었어요. 우주선 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영화를 보다가 '우주선에서는 어떻게 불을 끄지?'라는 의문이 들었죠. 마이크로 캡슐에 대한 기사가 떠올라 소화 약제를 마이크로 캡슐에 넣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이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학 졸업 뒤 3년간 근무했던 국내 화학 소재 대기업의 경험도 한몫을 했다. 당시 그는 '고분자' 합성 수지 영업을 담당했다.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에 기초 과학이 뛰어난 러시아 대학의 교수를 찾아다니며 제조 방법과 대량생산 가능성을 타진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이 대표는 그 이듬해 국내에 회사를 차리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처음보는 제품에 시장은 반신반의했고 적자는 쌓여만 갔다. 지난 2017년 매출이 고작 1억 7천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기회가 왔다. 당시 국내에서 ESS(고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 화재가 잇따른 것. 사고 이후 삼성에 제품을 납품하게 되면서 매출은 수직 상승했다. 올해 매출은 366억원에 순이익은 135억이나 되는 '대박'을 쳤다.
 
이 대표는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의 99%는 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력이 없었다면 이 행운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라는게 주변의 평가다.
 
회사와 이 대표의 내년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중국에도 특허를 출원했고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도 타진중이다. 
 
아울러 일반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선보이는 'B2C'영업도 발을 뗐다. 좋은 제품을 싸게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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