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강경표·배정현 부장판사)는 26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인양의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내린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장씨와 안씨 모두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다.
이날 2심은 1심과 같이 양모 장씨에게 정인양을 살해하려 한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장씨가 양육 스트레스 등 자신의 기분과 처지만을 내세워 상습적으로 정인양을 방임하고, 잔혹한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를 가하다가 급기야는 정인양의 복부에 강한 둔력을 2회 이상 행사해 췌장을 절단시키고 4곳의 장간막을 파열시켜 살해했다"며 살인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장씨의 범행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인 범행으로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크고 이로 인해 우리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분노 그리고 슬픔을 줬다"며 "범행의 중대성과 잔혹성 등에 비춰 보면 장씨의 죄책은 매우 무겁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계획 살인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사망 당일 정인양을 병원에 데려갔고 심폐소생술도 실시한 점 △장씨가 분노·스트레스 등을 제대로 통제·조절하지 못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는 점 △본인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하고 있는 점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수형 생활로 자신의 성격적 문제점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 점 △우리사회의 아동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망을 막지 못한 부분도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어 "장씨의 죄책이 매우 중하고 이 사건의 사회적 공분에도 공감하지만 이를 오로지 장씨의 양형에 그대로 투영하는 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게 죄형균형의 원칙 등에 비춰 명백히 정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남편 안씨의 경우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양부 안씨가 아내 장씨의 아동핵대행위를 제지하거나 정인양에게 적절한 구호 조치를 취했더라면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씨는 지난해 6~10월 입양아 정인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같은해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인양은 사망 당시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한 상태였다. 남편인 양부 안씨는 장씨가 정인양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5일 결심 공판에서 장씨에게 1심과 같은 구형량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안씨에게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1심에서 장씨는 살인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안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