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정교회의 역사와 신앙 전통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을 기념한 특별 기획전,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을 25일 개막했다.
'이콘'이란 형상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성서의 내용을 그림으로 익힐 수 있도록 제작된 그림이나 조각을 의미한다.
박물관 측은 "988년 키예브 공국의 블라디미르 대공이 동방 정교회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러시아 이콘의 역사가 시작됐다"며 "이콘 없는 러시아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콘은 러시아 사람들의 신앙은 물론 삶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엔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 이콘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러시아 국보급 유물 80점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특히, 15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이콘을 시대별로 소개함으로써 이콘의 전개 양상을 살펴 볼 수 있다. 러시아 이콘은 초기엔 비잔틴 규범을 엄격히 따르지만 점차 러시아 정교회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했다.
또, 가혹한 신앙의 박해를 견디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한 순교 성인들의 삶을 담은 다양한 이콘들도 볼 수 있다. 화려하면서도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성인 이콘은 단순한 성화가 아닌, 신자들을 교화하는 영적인 조형 언어로서의 이콘의 역할을 보여준다.
소강당을 활용한 성화벽 전시도 눈길을 끈다. 성화벽은 동방 정교회 성당 구조의 특징 중 하나로, 회중석과 성직자들이 전례를 집전하는 지성소를 이콘으로 장신된 칸막이로 분리하는 기능을 맡는다.
개막식에 참석한 러시아정교회 대한교구 바오로 최지윤 신부는 "이콘은 고대로부터 문맹들을 위해서 그림으로 성경의 가르침을 전했기 때문에 '그림으로 된 성경'이라고도 불린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관람객들이 천상에 계신 하나님의 은총을 체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원종현 관장은 "서방 교회와는 또 다른 특성을 보여주는 러시아 이콘을 통해 하나였던 초기 교회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특별 기획전,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은 내년 2월 27일까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