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가 생전에 본인의 과오에 대해 인정·사과를 하지 않아 역사 청산이 되지 않은 점, 일부 정치인들이 전씨의 과오에 대한 발언을 피하거나 화환을 보내 추모하는 모습이 역사 왜곡의 발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례 기간 동안 역사 왜곡 발언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전씨와 함께 독재 정권을 꾸린 '5공 인사'들이었다.
이 같은 발언에 한 기자가 "(유가족이) 사과하실 의향 있으시냐"고 묻자 현장에 있던 보수 유튜버들은 "공산당들한테 사과받으라는 거냐. 빨갱이 조심하십시오! 멸공!"이라며 소리쳐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다음날인 24일 오전 베레모를 쓰고 군복을 갖춰 입고 온 전 11공수지대장 신동국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 명령자가 아니다. 내가 5.18 최초 발포 명령의 장본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 북한 특수군을 지켰다"며 "북한 특수군이 내려온 것을 100% 확신한다. 내가 발포를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바 있어 사실상 망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979년에서 1980년 당시 미국 정부 문서들을 살펴본 결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북한군 침투 사례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씨 사망을 계기로 측근 인사 등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된 발언을 하면서 5.18 관련 가짜뉴스가 다시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계에선 국민들에게 정의와 불의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구별해줘야 할 정치인 등 사회 지도자들이 오히려 전씨의 과오에 대한 발언을 피하며 진실을 외면하는 사이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이 생겨날 공간을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야당 일부 정치인과 주요 인사들은 장례식장을 찾아 "공과가 있지만 명복을 빌러 왔다"며 고인의 과오에 대한 언급을 않고 정치적 해석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개인적 자격으로 조의의 뜻만 표하고 나왔다"며 "각자 가지고 있는 의견이 다르고 존중돼야 할 의견이라 생각한다. 고인에 대한 법적인 평가나 역사적 평가는 사실상 다 내려진 것이라 본다"고 했다.
반병률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역사 왜곡이 이어지는 데에는 잘못된 역사에 대한 청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전두환 등 당사자의 인정이나 재판 등의 방법을 통해 역사를 청산해야 하는데 그게 안 돼 미궁으로 남는 것처럼 보여 가짜뉴스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정의나 부정의를 명확하게 구별해줘야 할 정치인 등 지도자들이 과오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또한 "정치인들의 경우 조문 자체를 어떠한 도덕적 평가의 원칙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건 과오와 상관없이 고귀한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정치인의 조문은 동의할 수 없는 주장에 동조하는 용기를 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8시다.
올해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고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진 전씨는 지난 23일 오전 화장실을 가던 중 쓰러져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