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댄서들이 지난 20일 출연한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방송이었다. 모니카가 국내에서 '팝핀'으로 잘 알려진 춤 설명을 하는 대목을 두고 한 유명 댄서가 "(춤) 스타일의 이름을 말할 때는 '팝핀'이 아니라 '팝핑'"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100명 넘는 국내 댄서들이 일제히 모니카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몇몇 댄서들은 이 같은 지적에 의문을 표하는 '스우파' 팬들과 부적절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수습을 빨리 하라'며 막무가내로 모니카를 소환하거나, 집단적 공격에 반발한 누리꾼들을 향해 가르치는 듯한 발언들도 반감을 샀다.
그러나 실제 방송에서 모니카는 이 지점을 설명했다. 옆에서 댄서 아이키가 '팝핀' 동작 시범을 보이자 그는 "'팝'을 하는 모든 동작들을 '팝핑'이라고 하는데 'ing'에서 'G'를 빼서 '팝핀'이라고 한다"고 짚었다. 원래는 '팝핑'이지만 대중적으로 '팝핀'이라 부른다는 의미였다. 다만 제작진이 내보낸 자막에 '팝핀'으로만 명기돼 있을 뿐이었다.
해당 춤을 대중화한 미국 댄서 팝핀 피트(Popin' Pete)에게까지 이 논란이 흘러 들어갔고 그는 "('팝핑'이나 '팝핀'이나) 같은 춤 스타일이다. '팝핀'은 맞춤법이 틀린 거지 다른 춤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영화 '스텝 업 3D' 등에 출연한 유명 댄서이자 할리우드 배우 채드 스미스 역시 국내 누리꾼의 질문에 "다 같은 표현"이라고 답했다.
결국 이렇게 사안이 종결되면서 댄서들의 저격은 억지 논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몇몇 댄서들이 SNS에 글을 올렸지만 해명만 있을 뿐, 사이버불링을 당한 모니카를 향해 정중한 사과는 없다시피 했다.
사태를 지켜 본 국내 스트리트 댄스계 권위자 팝핀현준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모니카의 발언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예능에서 나온 얘기를 갖고 이렇게까지 왈가왈부한다는 자체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혼란스럽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사이버불링을 했던 댄서들은 사과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단순히 신을 위한 생각이었다 하더라도 그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다. 사이버불링으로 한 명을 저격하신 후배 분들은 속히 정중히 사과해 주시기를 선배로서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디시인사이드 '스우파' 갤러리는 25일 성명을 내고 "총 122명 댄서들이 SNS로 모니카가 설명한 '팝핀' 표현이 잘못된 것이라고 공개 저격했다. 100명 넘는 인원들이 정확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동일한 휴대폰 사진을 동시다발적 업로드했다는 점에서 누군가를 깎아내리기 위한 단체행동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며 "잘못된 집단 행동을 가한 댄서들에게 정식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누리꾼들과의 부적절한 설전에는 "잘못된 집단 행동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을 악플러나 악성팬으로 취급했고, 욕설, 성희롱, 모욕을 하는 등 본인들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댄스신의 실상은 철지난 순혈주의와 출연자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했고, 이를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고 참담한 심경"이라고 비판했다.
정확한 용어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팝핀현준 말처럼 그것이 모니카 한 사람을 공격할 당위성이 될 수는 없다. 심지어 모니카의 설명은 자세하지만 않았을 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과잉 저격이 발생한 이유는 댄서들의 비대한 자의식과 댄서신의 폐쇄적인 '고인물' 분위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댄서들의 섣부른 저격은 이제 막 대중의 관심으로 뜨거워진 댄스신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더욱이 자신들의 언행에 책임지지 못하는 모습으로 실망만 커지고 있다. 하나의 잘못된 댄스 용어 설명보다 더한 '셀프 민폐'를 끼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