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무리 과정" 미국 "매우 만족"…지난달 '문안 조율설' 이후 급물살
종전선언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지난달 중순 '문안 조율설'이 흘러나오면서 알려졌다. 이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국회 답변 등을 통해서도 거듭 확인돼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얘기도 있다.
당초 회의론과 달리 순조로운 협의…조셉 윤 "동맹의 요구를 무시 못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미동맹이 한 차원 격상된 점에 비춰 한국의 발언권이 과거보다 다소나마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종전선언 협의가 예상과 달리 술술 풀려가는 것을 설명하기엔 '2%' 부족한 감이 있다. 뭔가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종전협정 전까지는 정전협정 유지' 명시될 듯…유엔사 등 미측 우려 차단
잘 알려져 있듯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은 정치적·상징적 선언으로 현 정전체제의 법적·구조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미국의 신중한 입장을 감안하면 종전선언 문안도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종전선언에도 불구하고 종전협정 체결 전까지는 현 정전협정이 유효하다는 점이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한미군 철수나 유엔사 해체 등의 우려가 최소화된다는 얘기다.
북한의 수용 여부 미지수…적대시 정책, 이중기준 철회 거듭 요구
북한은 '하노이 노딜'의 트라우마 때문에 미국에 대한 불신이 훨씬 더 깊어졌다. 자신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3년 넘게 지키는데 미국은 아무 양보도 하지 않는다는 분노도 팽배하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내밀 것이라면 최소한의 성의 표시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북한의 인식이다. 싱가포르 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구두 약속한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한 점을 계산에 넣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상유지 범위 내에서 종전선언…전문가 "북미 양쪽 만족시키기 어려워"
북한의 종전선언 거부가 미국에는 결코 나쁜 시나리오가 아니다. 책임은 북한에 돌아갈 것이고, 종전선언은 완전히 물 건너가며, 과거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명분이 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현 종전선언 논의 구조는) 한쪽을 만족시키면 다른 한쪽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객관적 상황으로 보면 북한이 안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모호한 북한의 언술…김정은, 김여정 등의 잇단 발언은 관심 있다는 증표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를 빼놓지 않았지만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9월 24일)이나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 수뇌 상봉과 같은 관계개선"(9월 25일)을 거론했다.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29일 시정연설과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수뇌부가 어떻든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표이다.
국정원장 "北 선결조건 없이 대화 가능성"…정부도 北 예상반응 모를 리 없어
무엇보다, 정부가 북한의 예상 반응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북 유인책을 넣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북한이 거부할 게 뻔한 종전선언을 미국과 협의한 것이라면 한반도 정세를 오히려 역진시켰다는 엄청난 비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가 지난 달 한미 간 종전선언 협의 상황을 먼저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 모습이다. 신중함 속에서도 나름의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