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앞으로 인권위의 존재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인권 존중 사회를 향한 여정에는 끝이 없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권의 개념이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상기했다.
이어 "전 세계는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게 됐다. 코로나와 기후 위기, 디지털 전환 속에서 발생하는 격차 문제도 시급한 인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인권위를 향해 "대화와 타협, 공감을 이끌고 모두의 인권을 조화롭게 높여나가기 위해 특별히 애써달라"고 당부하면서 "정부는 인권위의 독립된 활동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함께 역량을 모으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치권의 쟁점이 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실상 입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또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던 '살색'이란 표현이 인종차별이 될 수 있음을 알렸고, 남학생부터 출석번호 1번 부여하던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고 일상 속 변화를 떠올렸다.
이어 "인권위가 설립된 20년 전 평화적 정권교체로 정치적 자유가 크게 신장됐지만 인권국가라고 말하기엔 갈 길이 멀다"며 "특히 사회경제적 인권 보장에 부족함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등은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일궈낸 소중한 성과이며, 우리의 존엄과 권리는 우리가 소홀하게 여기는 순간 빼앗길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명동성당도 독재에 맞서 자유와 인권의 회복을 외쳤던 곳"이라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인권을 위해 눈 뜨고 있어야 합니다. 자유와 평등, 존엄과 권리를 위해 생생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진을 이끈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인권 존중 사회를 향해 더욱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