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전권 위임'에 이어 24일에는 정무직 당직 의원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며 당 쇄신과 관련한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운신의 폭을 더욱 넓혔다.
정무 당직 의원들의 전격 총사퇴…이재명 "용단에 감사"
윤관석 사무총장을 비롯한 민주당 정무직 당직 의원들은 지난 24일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윤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대한민국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도 이미 쇄신과 전면적 재편 결의를 실행하고 있다. 이에 주요 정무직 당직 의원들은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일괄 사퇴의 뜻을 함께 모았다"고 말했다.
선대위 쇄신 작업에 한창인 이 후보에게 힘을 싣는 동시에 당 쇄신 작업도 함께 맡기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당헌·당규상 대선 후보는 당직 인선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지만, 의원들이 스스로 당직을 내려놓음으로써 선대위 개편 뿐 아니라 당직 인선에도 이 후보의 의중을 십분 반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윤 사무총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직 의원들이 당대표와 후보의 판단 폭을 넓히기 위해 먼저 사퇴하고자 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선대위가 처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국민 우선, 민생 우선이란 대원칙에 따라서 내년 대선승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아 주신 용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보에 힘 싣기…득과 실은?
이 후보는 "당직 문제는 공식적으로는 선대위와 법률상 직접적 관계가 없기는 하다"면서도 "선대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대표님께 의견을 드리고 협의해서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당직 인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이 후보가 선대위와 당 조직 인선을 모두 이끌게 되면서 말 그대로 민주당의 전권을 얻게 된다.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은 최고위원회를 해체하면서 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전권을 넘긴 바 있다.
당직 의원들의 사퇴는 우선 민주당의 쇄신 이미지 제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들께서는 정치인들이 어떠한 권한을 내려놓는 것을 원하신다"며 "민주당이 긴장해서 자꾸 무엇을 내려놓고,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간 선대위와 당으로 이원화돼 있던 조직을 한 사람이 꾸려나감으로 인한 일체감과 신속함의 상승도 기대되는 효과 중 하나다.
이 후보의 의중을 잘 읽을 수 있는 인사들로 선대위와 당의 조직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용퇴 여부로 관심을 받고 있는 송 대표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게 됐다.
반면 당 내부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적절한 견제 기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날 당직 의원 일괄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민주당 상임위원장단 및 간사단 간담회에서 이 후보가 패스트트랙을 언급하는 등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자 "'이재명의 민주당'이 이렇게 해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한 편의 불협화음에 대한 공포감도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이 후보 주변 인사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비롯한 이른바 권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보의 결정이 아닌, 당내 정무직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밑거름이 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선대위와 당 전체의 쇄신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며 "이런 움직임이 추가적인 쇄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선대위 내 새로운 권력구도 형성 수준에 그치지 않도록 후보와 선대위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