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안팎에서는 문제가 불거진 지 2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검찰이 뒤늦게 광범위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에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24일 오전 9시부터 부산시청에 수사관 10여 명을 투입해 산하공공기관 담당과 부서의 컴퓨터 파일과 문서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은 기획조정실장, 기획관, 기획담당관실, 재정혁신담당관실, 마이스산업과, 체육진흥과, 감사위원장, 청렴감사담당관실, 정보화담당관실 등 9곳에 달한다.
검찰은 지난 2018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취임한 이후 산하 기관장과 임원 40여 명에게 사퇴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실제 압력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9년, 국민의힘 전신이었던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은 부산시청 고위 공직자들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당시 고발장을 작성한 곽규택 변호사는 "고발장에 '오거돈 전 시장이 성명불상의 부산시 간부를 동원해 산하 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했다'고 적었다"며 "이후 검찰이 고위 공무원 몇 명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발장을 접수한 지 2년이 훌쩍 지난데다, 부산시 수장이 바뀐 상황에서 갑작스레 광범위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부산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과 행정, 경제 부시장은 외부 일정으로 서울 등에 출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의 예산심사 설명회에 참석 중인 기획조정실장이 뒤늦게 부랴부랴 시청으로 넘어와 사태를 파악하기도 했다.
부산시 안팎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이 본격적인 수사개시인지, 수사 마무리를 위한 수순인지 검찰의 행보가 종잡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오 전 시장의 중도사퇴에 이은 보궐선거로 부산시장이 바뀐 데다, 당시 조사를 받은 공무원 대부분은 퇴직하거나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또, 관계자를 조사를 했을 당시 기소나 불기소 결정을 내리지 않고 무려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당시 조사를 받은 공무원들은 검찰이 결론을 내지 않아 수년간 힘들어했다"며 "2년이 훨씬 지난 뒤에, 그것도 10곳에 달하는 부서를 압수수색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몇몇과는 지난해 일괄적으로 컴퓨터를 바꾼 상황인데 검찰이 이 시점에 무슨 자료를 확보하려 하는지 시청 내부에서도 어리둥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벡스코와 부산테크노파크, LPGA INTERNATIONAL BUSAN(구 아시아드 CC)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