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A(77)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둔기로 수십 년 동안 같이 생활한 아내의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그 결과가 중대하다.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 당시 피고인의 인지 능력이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피고인이 고령이고 치매 증상을 보이는 점, 자녀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 형량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4월 13일 서귀포시 자택에서 아내 B(75‧여)씨의 얼굴과 머리, 가슴을 둔기로 수차례 내려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으로 B씨는 피를 많이 흘리면서 쇼크사로 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사건 직전까지 B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자신의 돈 1억 5천만 원을 가로챘다고 의심하며 B씨에게 추궁하는 일이 잦았다.
결국 B씨는 집을 떠나 서로 별거를 하게 됐다. A씨는 아내를 그대로 두면 계속해서 외도를 하고 돈을 빼돌릴 거라는 생각에 사건 당일 B씨를 집으로 불러내 무참히 살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사건 직후 아들이 집에 찾아와 어머니 시신을 보며 통곡하는데도, A씨는 "너희가 죽였다"며 자녀들을 탓하기도 했다. 경찰이 왔을 때도 호주머니에 칫솔 등 생필품을 챙기기도 했다.
1‧2심 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내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계획범죄가 아니라 우발적 범행이다. 아울러 피고인이 치매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검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와 범행 경위에 대해서 매우 상세하게 진술했다. 자신이 이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도 했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