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면 감독답게"…서로의 입장만 남긴 기업은행 내홍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IBK기업은행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왼쪽부터). 노컷뉴스
 
 코트에선 웃었지만 인터뷰에선 미소를 감췄다. 전 감독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곤란해 했다.
   
선수와 코치의 무단이탈과 감독과 단장 경질 내홍을 겪고 있는 프로배구 V-리그 IBK기업은행이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기업은행은 23일 오후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흥국생명과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25-21, 25-18, 27-25)으로 이겼다.
   
코트에서 환하게 웃은 김수지, 표승주, 김희진은 인터뷰실에 와서 다시 표정이 무거워졌다. 최근 팀의 사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셋은 대중에게 알려진 것에 대해 억울한 점이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선수들은 서남원 전 감독이 김사니 코치(현 감독대행)에게 공개적으로 질타를 한 것에 입을 모았다. 김수지는 "어떤 말이 오갔는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런 상황이 있었고 모든 선수들이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표승주도 "구체적인 내용은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기 어렵고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내용을 알려달라는 것에는 말을 아꼈다.

앞선 감독과 사이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감독과 선수들의 불화를 인정하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말을 이어갔다.
   
김희진은 "불화라면 불화라고 할 수 있고 아니라면 넘길 수 있다. 너무 와전돼 각자 입장만 내놓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 간다"고 평가했다. 선수는 선수대로, 감독은 감독대로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였다.
   
이어 김희진은 "프로면 프로답게, 감독이면 감독답게 각자 자기 위치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뭔가를 말하기 어렵단 말을 되풀이했다. 모두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전 감독에게 전가되는 뉘앙스였다.
   
김수지는 "저희가 훈련 과정이나 생활하는데 있어서 감독님의 훈련을 안 했다는지 나쁘게 관계를 가진 적이 없었고 솔직히 지금 선수들이 당황스럽기도 하다"며 "우리 감독님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한 적도 없고 다 오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오해고, 와전이고 각자의 입장이 있었지만 이탈했던 선수와 코치가 복귀하고 결국은 감독과 단장이 경질된 상황.

결국 기업은행이 이번 사태를 완벽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새 감독이 와도 다시 선수들과 입장 차이로 불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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