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급등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일부 은행들이 우대금리 인상을 고려 중이고 내년 초 가계대출 한도가 '리셋'되면, 올해 하반기를 휩쓸었던 '대출 혼란'이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최근 은행들은 '숨 고르기'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은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시 대출자가 일시 상환을 가능하도록 했던 기존 규정을 다시 시행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말부터 전세대출의 최소 5%를 분할상환하는 것을 의무화했지만 그 이전으로 되돌린 것이다. 따라서 차주가 분할상환과 혼합상환, 일시상환 중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전세대출은 통상 이자만 매달 갚아나가다가 원금을 만기에 일시상환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은행의 분할상환 의무화 조치에 대출자들의 불만이 컸다.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상품(하나원큐 신용대출·아파트론) 판매를 재개했다. 지난달 20일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한 지 한 달 만이다. 다음달 1일부터는 주택과 상가, 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도 판매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무주택자 대상 신규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곧 공식적인 입장이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은행들은 우대금리 인상도 검토하고 있어 대출자들은 대출금리가 낮아질지 관심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에 맞춰 대출금리를 올렸지만 예대금리차가 커지며 은행만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비난이 일자, 은행들이 우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가계부채 관리에 강경 태도로 총력을 기울여오던 금융당국도 최근 돌연 태도를 바꿨다. 지난 19일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부행장급)을 불러 은행의 대출·수신(예금) 금리 산정에 대한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화된데다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정부의 압박도 있어 우대금리 인상의 배경은 갖춰졌다고 본다"며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출금리는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준거금리에 은행이 비용 등을 이유로 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하고 여기에 차주별로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를 빼서 결정된다. 우대금리가 높아지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대출 대란이 총량 한도 소진에 따라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그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려 풍선효과가 가속화됐던 것임을 고려하면, 은행들로써는 내년이 되면 대출 관리에 보다 용이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의지는 현재까지 확고한만큼 가계대출 상황에 따라 언제든 강력한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를 높이면 연말에 내년 가수요까지 합해 가계대출이 증폭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점 역시 이같은 지적에 힘을 싣는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우대금리 부활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결국 차주들의 부담은 그대로 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