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찬성한 '김경수 메가시티'…국민의힘 경남도의원만 '딴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기자 간담회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등 도정 과제를 소개하고 있다. 경남도청 제공
지난 5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수도권 일극 주의를 없애고자 자신이 구상해 추진해 온 '부울경 메가시티'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초당적 협력을 경남도의회에 요청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 도의원 앞에서 프리젠테이션(PT) 형식으로 발표하며 "부울경 메가시티가 성공하려면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그 역할을 도의회가 적극적으로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정책간담회에서는 김 전 지사와 도의원들간 많은 질의가 오갔다. 부산으로의 흡수 우려 등 일부 도의원은 찬반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추진하자는 데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김 전 지사가 떠난 이후 '김경수의 메가시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외풍을 맞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있을 때 뚜렷한 반대 없이 추진되던 부울경 메가시티가 도지사가 사라지자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경남도의회 내부(국민의힘)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이제는 부울경 메가시티가 서부경남을 더욱 고사시킬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소위 선거 때마다 나오던 구호인 '서부경남 소외론'이 또 나온 것이다.
 
민선 7기 들어 경남도는 동부에 비해 발전이 더딘 서부경남에 인프라를 채우는 등 육성 전략을 줄곧 추진해 왔다.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부울경 메가시티가 탄생한 것처럼 서부경남 육성 전략도 경남 전체의 균형발전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진주에 있는 경남혁신도시가 부울경 전체 혁신도시의 거점이 되도록, 서부경남 경제가 부울경 전체 권역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김 전 지사가 약속한 이유도 서부경남을 떼내고는 경남 전체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또 '서부경남 소외론'…국힘 도의원들 줄곧 "메가시티 중단" 요구


국민의힘과 무소속 도의원들은 지난 22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에는 국민의힘 김진부·유계현·정동영·강근식·박정열·김현철·손태영·황보길·이정훈·김재웅·김일수·김윤철, 무소속 장규석·남택욱·강철우 등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 계획서를 보면 경남 서부지역 연계 사업은 남부내륙고속철도 구축, 혁신도시 육성, 국가항공산업단지 활성화 등 이미 시행되는 사업을 구색 맞추기로 끼워 놓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경남 서부지역 도의원들이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실제로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은 낙후된 경남 서부를 더욱 고사시키고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 서부를 위한 특별한 발전전략이 전제되지 않은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며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도민의 목소리를 확인한 후 새로운 도지사에 의해 추진돼도 늦지 않기 때문에 성급한 추진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중단 목소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열린 도의회 도정 질문에서 국민의힘 정동영 도의원은 부울경 메가시티 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적자인 김 전 지사의 정치적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 경남에 국한된 자신의 정치 영역을 부울경 전체로 키우는 이점을 보고 추진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김 전 지사의 공백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끌고 갈 선장도 사라진 마당에 이를 강행한다는 것은 도민의 의사에 반한다"며 신규 사업 추진 보류 등 현상 유지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중단 요구와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 박삼동 도의원은 지난 8월 도의회 5분 자유발언에서 "전임 지사의 핵심 공약이라는 이유로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며 이전 지사의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권한대행에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文 "선도적 초광역 모델 최대 지원", 국힘 윤 후보도 "확실하게 지원"


하지만 국민의힘 도의원들이 중단을 요구한 부울경 메가시티는 김 전 지사가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 전략으로 던져 놓은 후 우리나라 초광역 협력의 선도 모델로서 조기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부울경 메가시티 전략 보고회. 경남도청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김 전 지사의 메가시티 구상을 정책화한 것으로, "부울경 특별지자체가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출범하고 선도적 초광역 협력 모델로 나아갈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다.

부울경을 단순히 지리적으로 합치겠다는 의미가 아닌 국가 균형발전의 주춧돌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게다가 도의원들과 같은 당의 대권 주자인 윤석열 후보 역시 당내 경선 중인 지난 달 18일 부울경 TV토론회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건설에 힘을 보태겠다며 적극적인 찬성을 보였다.

윤 후보는 "부울경은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끌어 온 지역"이라며 "500조 정도를 1차 목표로 해서 부울경이 세계적인 메가시티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울경 메가시티의 핵심인 1시간 생활권의 광역교통망 건설도 공감하며 "메가시티의 성공은 촘촘한 교통망과 전략산업 육성에 있다. 24시간 운영 체계의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 교통인프라를 신속하게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당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부울경 메가시티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 찾은 윤석열 후보. 박중석 기자

경남도 "부울경 협력 반드시 필요"…국힘 도의원에게 '서부경남 발전론' 맞불


경남도 역시 국민의힘 도의원들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부경남을 포함한 경남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울경 초광역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는 보도자료를 내고 "서부경남을 부울경 메가시티의 중요한 발전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도의원들의 기자회견 직후 나온 뒤라 '서부경남 소외론'에 대한 반박을 포함해 사실상 전면 중단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서 조목조목 '서부경남 발전론'을 언급한 것이다.

도는 "초광역협력 초기부터 부울경 메가시티는 진주, 창원, 부산, 울산의 4대 거점도시 중심의 유연한 발전전략으로, 남중권, 남해안권, 지리산권 등 생활권, 경제권 단위의 권역별 상호 연계 발전전략이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부울경 메가시티. 경남도청 제공
이어 "'부울경 메가시티와 연계한 혁신도시 활성화 방안'과 '서부경남 발전전략 및 성과확산을 위한 연구용역'도 연내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부울경은 수도권 일극체제 국가발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패러다임인 초광역 권역별 발전전략의 선도 권역으로, 인구 규모나 경제·사회·문화·지리적 연계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 발전축이 될 수 있는 가장 잠재력이 우수한 권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소개하며 "정부의 지원 전략에 맞춰 서부경남 균형발전 전략을 재점검해 추진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경남도 윤인국 미래전략국장은 "서부경남의 인구만으로는 자생적 동력과 수요가 확보되지 않으므로 인구 유입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부울경 초광역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부울경 초광역협력 전략과 연계하여 서부경남 균형발전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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