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송명현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조사관)
'끝까지 추적해서 반드시 징수한다.' 뭐냐고요?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 걸려 있는 문구입니다. 최근 서울시 세금징수과에서 고액 상습 지방세 체납자 1만 3천여 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요.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만 2조 원 가까이 된답니다. 개인들 가운데 체납액이 가장 많은 사람은 중국인으로 드러났는데 재산 은닉 수법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해요. 지금부터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죠. 일명 38기동대라고 불리죠.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송명현 조사관님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송 조사관님 안녕하세요.
◆ 송명현> 안녕하세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송명현입니다.
◇ 김현정> 고생이 많으십니다. 최근에 공개된 고액 상습체납자들 보니까 1만 명이 넘고 게다가 연속으로 5, 6년씩 안 낸 경우도 많고 제일 먼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전두환 씨입니다. 이분 지금은 얼마 밀려 있어요?
◆ 송명현> 지금 한 9억 7000만 원 정도. 체납액이 밀려 있습니다.
◇ 김현정> 9억 7000만 원.
◆ 송명현> 네.
◇ 김현정> 수십 년 동안 계속 오르고 있는 거잖아요, 이름이.
◆ 송명현> 그렇습니다.
◆ 송명현> 네, 이번에 개인체납자 중에 체납액이 제일 많은 사람이 중국인으로 나왔는데요. 그동안 소송이 진행 중이었거든요, 이 세금 관련해서. 그런데 이제 체납자가 대법원에서 진 걸로 끝나서 올해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이 중국인 얼마나 안 냈습니까?
◆ 송명현> 무려 12억 원이나 체납되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개인인데, 회사도 법인도 아니고 개인인데 12억 원이나 세금을 안 냈어요?
◆ 송명현> 네. 이분이 국내에서 폐자원 재활용업을 운영하던 개인 사업자였는데.
◇ 김현정> 폐품, 재활용품 이런 것들. 외국인의 경우에도 세금을 다 받아낼 수 있는 거죠?
◆ 송명현> 저희 법에는 세금 체납된 것을 징수하기 위해서 압류나 신용정보 제공이나 출국금지,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 제대로 잘 활용해서 외국인 체납에 대해서도 저희가 징수는 가능합니다.
◇ 김현정> 그렇죠. 저는 이 사람들 출입금지 못 시키고 그 사이에 자기 나라로 떠나버리면 어떡할까 그 걱정이었는데 출국금지 조치 할 수 있는 거군요.
◆ 송명현> 이제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고액 체납자들. 현장에 불시에 들이닥치시는 거죠?
◆ 송명현> 그렇죠. 저희가 미리 알리고 가면 안 되니까. (웃음)
◇ 김현정> 반응은 보통 어떻습니까?
◆ 송명현> 일단 방문을 하면 저희가 좋은 소리는 못 듣죠, 사실. 저희가 기본적으로 아침 일찍 저희가 출발하기 때문에 이제 그분들이 직장이나 어디 출근하시기 전에 가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분들 샤워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희가 딩동 누르고 이 닦고 있는데 딩동 눌러서 문 열어달라고 하니까 기본적으로 좋은 소리를 못 듣죠.
◇ 김현정> 안 열어주는 경우도 있어요?
◆ 송명현> 안 열어주는 경우가 일단 태반이고요.
◇ 김현정> 태반이고.
◆ 송명현> 그런데 일단 결국은 저희가 바로 문을 안 열어준다고 해서 저희가 문 따고 들어가는 건 아니고 최대한 기다렸다가. 어쨌든 대부분 열어 주시긴 합니다. 조금 저희가 밖에서 기다리기는 하는데.
◇ 김현정> 문 따고 들어가면 그다음은 어떻게 돼요?
◆ 송명현> 기본적으로 저희가 그분이랑 친절하게 상담하려고 간 건 아니니까. 이분들 쓱 보는 거죠. 들어가서 그림 있나 쓱 한번 보고.
◇ 김현정> 어디 재산 은닉한 거 없나 보고.
◇ 김현정> 가택수사 하겠습니다. 얘기하고 뒤지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은닉한 재산들이 나온다는 건데. 보통 영화 같은 데 보면 금고에 금붙이 쌓아놓거나 현금 쌓아놓고 이런 경우들 많은데 보통 그런가요?
◆ 송명현> 물론 이제 금고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현금 이런 것들이. 저희가 가택수색을 하다 보면 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돈도 많이 발견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세탁기 안에 현금을 숨겨놓는다든가 수건으로 이렇게 안 보이게 걸쳐 놓고. 속옷이나 이런 것들로.
◇ 김현정> 그럼 그 세탁기는 안 쓰는 거예요? 돈 보관용이에요?
◆ 송명현> 그러게 말입니다. 세탁기뿐만 아니라 예전 저희 선배들 같은 경우 (주택에) 소나무 같은 거 심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 그것도 압류를 하셨고요.
◇ 김현정> 세금을 내지 않고 그 돈으로 비싼 소나무를 사놔요?
◆ 송명현> 소나무 사는 돈을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는데 그 소나무 같은 것도 압류해서 저희가 공매처분을 해서 돈을 징수하는 게 있었어요.
◇ 김현정> 소나무 팔면 그게 얼마나 된다고요?
◆ 송명현> 얼마 안 나올 것 같은데 제가 한 10그루를 공매로 매각해서 한 2700만 원 정도 징수를 한 바 있습니다.
◇ 김현정> 소나무 10그루, 2700만 원. 그거라도 어떻게 팔아서 이거 세금 내셔야 되는 거 아니냐 그 얘기네요.
◆ 송명현> 그렇게 해서 징수를 받아내야죠.
◇ 김현정> 또요?
◆ 송명현> 저희가 체납자 분이랑 통화를 하면서 본인이 돈이 없다. 또 이렇게 얘기를 해서 저희가 믿고 있었던 경우가 있었는데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까 배우자 분이나 가족 분들이 잘사는 것으로 나온 거예요. 그래서 왠지 이분은 체납자 본인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안 살 것 같고 배우자 주소지에 살 것 같아서 거기에 직접 가보니까 그 주택 자체도 굉장히 고가의 아파트였고.
◇ 김현정> 부부인데 따로 살고 있었어요? 주소지가?
◆ 송명현> 그렇죠. 가 봤는데 거기 아이고고, 무슨 그림이 저희가 일반적으로 보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가로, 세로로 거의 한 2m가 넘는 그런 그림이 아파트 바로 앞에 붙어 있고 방마다 한 개씩 그림들이 다 있어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 김현정> 배우자 쪽으로 그 재산을 다 빼돌려놓은 거네요.
◆ 송명현> 그렇죠.
◇ 김현정> 그런 경우들도 있고. 아니, 세탁기에다가 돈 숨겨놓고 금고에다가 금붙이 넣어놓고 세금을 안 내고 있는데 또 막상 그걸 걷어 오려고 하면 협박을 하고 이런 경우도 있다면서요?
◆ 송명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무슨 나라에서 이렇게까지 하냐. 막 욕을 한다거나 체납자 중에 어떻게 보면 조폭이랑 연관이 있던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 그런 약간 협박 전화도 받고 했다 하더라고요.
◇ 김현정> 내가 조폭이랑 어떤 조폭 아는데 하면서 너희들 이러면 안 돼, 이런 식으로?
◆ 송명현> 그렇죠, 그렇죠. 그런 것뿐만 아니라 이제 저희 사무실에 직접 찾아와서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지금은 덜한데. 동산 압류 했던 거 다시 돌려달라고 따지러 오시는 분도 많았고요. 그런 와중에도 몸싸움도 있었고.
◇ 김현정> 몸싸움도 있고. 출동했을 때 욕 먹는 건 기본이고 협박에 몸싸움에 감당하셔야 될 게 많네요.
◆ 송명현> 아무래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은 하고 있습니다.
◆ 송명현> 이런 고액 상습 체납자에 대해서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을 막게 할 수 있고요. 체납액이 3000만 원 이상일 경우 해외 출국을 금지하는 출국금지 제도도 활용하고 있고 직접 찾아가서 가택 수색이나 동산 압류 등을 실시하는 강력한 체납처분 활동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냥 명단만 공개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제재가 많이 따릅니다. 내야할 세금들 내고 월급쟁이들 유리지갑 톡톡 털어서라도 세금은 내고 국가에 의무 다하고 사는데 떵떵 거리고 살면서 세금 안 내고 있는 사람들 정신 차려야 할 겁니다. 조사관님 고생 많으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송명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송명현 조사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