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 정작 레베카는 단 1초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170분 내내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는다.
6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 '레베카'(1938)가 원작으로, 알프레도 히치콕의 동명 영화 '레베카'(1940)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레이문드 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 12개국에서 공연했다.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한 후 매 시즌(2014·2015·2017·2019) 흥행에 성공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초연 당시 작품 전체를 한국 정서에 맞게 바꿔 원작자(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극작가 미하엘 쿤체)로부터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라는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막심과 나(I)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다. 저택 곳곳에 여전히 레베카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는데다가 집사 댄버스 부인이 보내는 싸늘한 시선 탓에 나(I)는 위축되고 부부 관계에도 점점 균열이 생긴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신임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아온 인물이다. 레베카 대신 저택의 안주인이 된 나(I)에게 적의를 품은 댄버스 부인이 내뿜는 음산한 기운은 작품 전체에 스며들어 관객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특히 댄버스 부인이 360도 회전하는 발코니 무대에서 부르는 넘버 '레베카'가 압권이다. 2013년 초연부터 6시즌 연속 출연하는 신영숙과 '옥댄버' 옥주현의 가창력과 무대장악력이 단연 돋보인다. '레베카' 외에도 '신이여', '하루 또 하루', '영원한 생명',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 등 귀에 착착 붙는 명넘버가 적잖다.
막심 드 윈터 역은 민영기·김준현·에녹·이장우가, '나(I)' 역은 임혜영·박지연·이지혜가 연기한다. 미스터리 멜로 성격의 극에서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를 십분 소화한다. '나(I)'의 이전 고용주이자 수다스러운 '반 호프 부인' 역의 김지선과 한유란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레베카~ 레베카~"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속삭이듯 레베카를 부르는 소리가 귀를 맴돌아 자꾸 뒤를 돌아봤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022년 2월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