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밭 기업은행' 구단주, 해외 출장 장고 끝에 내릴 결정은?

선수단 무단 이탈로 팀 불화의 단초를 제공해 구단으로부터 임의 해지 조처가 예정된 기업은행 주전 세터 조송화. 한국배구연맹

선수단 갈등에 감독과 단장 경질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 그럼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갈등 표출의 시발점이 된 선수에 대해 추가 조치를 내렸다.

기업은행은 22일 밤 구단 SNS를 통한 입장문에서 "팀을 무단 이탈한 조송화 선수에 대해서는 한국배구연맹 임의 해지 규정(제 22조)에 따라 임의 해지를 결정하였고, 11월 22일자로 임의 해지 등록 예정"이라고 전했다. 무단 이탈로 팀에 피해를 끼친 만큼 상응하는 조처를 내렸다는 것이다.

조송화는 지난 16일 페퍼저축은행과 광주 원정 이후 팀을 이탈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구단에는 이를 알렸지만 서남원 당시 감독은 모르는 일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조송화가 팀의 개막 7연패 동안 심적 부담과 함께 부상을 토로했다"면서 "서남원 감독의 훈련 방법에도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사니 코치도 사의를 표명하며 팀을 떠났다. 다만 김 코치는 지난 29일 현대건설과 홈 경기를 하루 앞두고 복귀했다.

팀내 불화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구단은 결단을 내렸다. 21일 성적 부진까지 책임을 물어 서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하지만 논란을 오히려 더 커졌다. 김 코치에게 "사의를 반려하고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는 구단의 태도 때문이다. 갈등을 야기하고 팀을 떠났다가 돌아온 코치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팀을 이끌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구단은 김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겼다.

이에 구단 관계자는 "조완기 수석 코치도 가족의 병 간호 때문에 팀을 떠난 가운데 서 감독이 경질된 상황에서 누군가는 팀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불가피하게 김 코치에게 대행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장문을 통해서도 "김 코치가 잔여 시즌을 맡는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신임 감독이 선정될 때까지만 대행을 수행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논란을 떠나 김 코치는 준비된 지도자인데 이렇게 팀을 맡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배구단 구단주 윤종원 은행장. IBK기업은행
팀 갈등에 잇따라 조치를 취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제대로 된 권한을 가진 새로운 수장이 팀을 정비해 분위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 감독도 빠른 시일 내 선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단주인 기업은행 윤종원 행장이 불가피하게 장기간 해외 출장을 떠나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23일부터 프랑스 등 유럽으로 일주일 출장이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윤 행장은 평소 배구단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윤 행장이 최근 지인들에게 구단 기념품을 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곧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귀띔했다. 구단 관계자는 "윤 행장께서 20일 현대건설과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고 전했다. 팀 불화설이 불거진 가운데 열린 경기였다.

때문에 일련의 사태를 알고 있는 윤 행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심이다. 구단 관계자는 "새 감독 후보군을 추리고 있는데 당장 합류가 어려운 인물도 있어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면서 "팀 갈등에 대한 보고가 올라간 만큼 새 감독 인선은 구단주께서 직접 검토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윤 행장이 출장 복귀한 뒤 신임 사령탑이 결정될 것이라는 뜻인데 시간상 12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2011년 이후 창단 10주년을 맞은 기업은행.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에 빛나는 신흥 강호로 자리를 잡았다가 팀 불화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은행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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