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안장 난항…산림청 "매각 불가한 보전산지"

유족 측, 정부에 요청했던 1만 6천여㎡에서 991㎡으로 대폭 축소
행안부 "장지 정해지지 않은 건 사실"…파주시 "진전없는 상황"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검단사에 도착, 임시 안치될 무량수전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해가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 검단사에 4주째 임시 안치된 가운데 장지 결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유족 측은 묘지 조성을 위해 파주 통일동산 인근 산림청 소유 국유림 8만9천여㎡ 중 1만6천여㎡가량을 매입하고 싶다는 의향을 노 전 대통령 국가장 장례위원회에 요청했었다. 해당 부지는 북한을 바라보는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다.
 
행정안전부와 산림청, 파주시 등은 지난 3일 회의를 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장지와 관련해 매각 가능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산림청이 해당 부지를 직접 민간에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로 넘겨서 처리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산림청은 이후 법률 검토 결과 "해당 국유림은 매각이 불가한 보전산지"라는 의견을 행정안전부에 전달했다. 보전산지는 국방·군사시설, 사방시설 등 국토보전시설의 설치, 도로 등 공용·공공용 시설 설치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용도로의 전용이 금지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보전산지는 처분이 금지돼 있다는 의견을 행안부에 줬다"며 "최종 결정은 행안부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통일동산 일대 모습. 연합뉴스
유족 측은 장지 결정이 지연되자 묘역조성 규모를 대폭 줄이는 안을 제시하는 등 조속한 묘역 선정을 거듭 요청했다. 정부에 요청했던 1만6천여㎡는 991㎡으로 대폭 축소했으며, 이 중 8.3㎡만 묘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아직 노 전 대통령의 장지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유족 측과 각 기관의 입장이 있다 보니 시간이 소요되고 있지만, 현재 파주시와 유족 측 간에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현 상황에서 더 진전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유족이 요청한 땅에 대한 매각 여부는 소유주인 산림청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더 진전된 건 없다"면서 "파주시는 유족이 땅을 사게 되면 인허가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현재 장지 선정이 늦어지더라도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지난달 26일 "(노 전 대통령이 유언으로)자신의 생애에 이루지 못한 남북한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들에 의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라는 입장을 남겼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동산은 노태우 정부 때 남북한 통일을 위해 조성된 곳인 동시에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묻혀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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