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4시 55분쯤 서울 중부경찰서에 도착한 A씨(35)는 검은 외투와 청바지 차림이었으며,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채 경찰서로 들어갔다. A씨의 손을 가린 남색 천 사이로 보인 검지 손가락에는 살구색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A씨는 "살인혐의를 인정하나", "피해자와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연인에게 미안한 감정은 없나"라는 질문에는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두 번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해 동기 등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숨진 B씨는 지난 7일 A씨로부터 데이트폭력을 당한 뒤 경찰에 신고해 신변보호 대상자가 됐다. 당시 B씨는 경찰에 'A씨와 분리조치해달라'고 요청하고 임시숙소로 옮겨졌다. 그런데 이후 'A씨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B씨는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지급되는 스마트워치를 두 차례 눌러 경찰을 응급 호출했다. 하지만 첫 번째 호출은 스마트워치의 기술적 결함으로 피해자의 주거지와 500m 떨어진 곳으로 위치값이 전송됐다.
B씨는 오전 11시 33분 두 번째 호출을 했고 경찰은 스마트워치 위치값인 명동 일대와 피해자 주거지로 나뉘어 출동해 8분 뒤인 11시 41분 피해자 주거지에 도착했다. 경찰이 B씨를 발견했을 때 B씨는 이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