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의 '타격 천재' 강백호(22)에게 2021년은 다사다난했다. 올해 정규 시즌에서 전반기 4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비롯해 득점, 출루율까지 1위를 달리며 2018년 프로 데뷔 이후 첫 개인 타이틀을 따내는 듯했다. 이런 활약으로 강백호는 도쿄올림픽 대표팀에도 승선해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강백호는 초반 대표팀 4번 타자로 나서 부진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야구도 미국, 일본에 연패하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2회 연속 금메달이 무산됐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지면서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특히 강백호는 패색이 짙던 경기 후반 더그아웃 펜스에 몸을 기댄 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심드렁하게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까지 화면에 잡혔다. 가뜩이나 노 메달로 거센 비난 여론은 강백호의 태도에 더욱 들끓었다.
이후 강백호는 비난 여론에 흔들린 듯 후반기 타격감이 무뎌졌다. 타격왕은 3할6푼 타율의 이정후(키움)에게 내줬고, 강백호는 타율 3할4푼7리로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안타(179개)와 출루율(4할5푼)도 2위, 무관에 머물렀다.
하지만 강백호는 kt의 창단 첫 정규 시즌 우승으로 심적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지난달 31일 삼성과 1위 결정전에서 6회초 2사 1, 3루 때 결승타를 치며 1 대 0 승리를 견인했다. 이정후는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강)백호가 우승을 확정한 경기에서 결승타를 쳤다"면서 "참 부러웠고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두산과 1차전부터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2차전을 앞두고 강백호는 "올해 처음으로 타이틀에 도전한 거라 아쉬움은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 "스스로 잘 만족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전반기 때는 정말 잘했던 것 같고 나름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백호는 "커리어 하이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팀 우승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면서 "동료들과 팀 우승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더 뜻깊다"고 강조했다. 개인 타이틀에 대해 의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더 큰 목표를 세운 것.
그리고 2차전에 나선 강백호는 1차전부터 8연타석 출루로 맹활약했다. 지난해 두산과 플레이오프 4차전 마지막 타석부터 9타석 연속 출루로 SK(현 SSG) 박정권의 11연타석 출루에 이은 역대 포스트시즌 2위 기록이다.
3차전에서 강백호는 아쉽게 연속 출루 기록을 마감했다. 1회초 1사 1루에서 강백호는 두산 선발 아리엘 미란다에게 병살타를 쳤다.
강백호는 4차전에서도 4타수 1안타로 살짝 아쉬웠지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며 팀의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시리즈 타율 5할(12타수 6안타)로 맹위를 떨친 강백호는 비록 개인 타이틀은 없었지만 가장 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2021년을 멋지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