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일 때보다도 담담한 챔프전이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해낼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인천 현대제철의 김은숙(46) 감독대행은 팀의 통합 9연패를 이끈 뒤 우승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19일 인천 남동경기장에서 열린 경주 한국수력원자력과 한화생명 2021 WK리그 챔피언 결정 2차전 홈경기에서 후반 6분 최유리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앞서 16일에 열린 1차전에서 1-1로 비긴 현대제철은 1, 2차전 합계 2-1로 승리해 통합 9연패를 달성했다.
2013년부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올 시즌 팀을 지휘한 김 감독대행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 영상 미팅을 하면서 선수들에게 '우리가 더 간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기장에는 경우의 수가 있다. 더 냉정하게, 간절하게 축구하는 팀이 결과를 얻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정성천 전 감독과 결별한 현대제철은 김 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현대제철에서 9년간 코치로 활동한 그는 이미 여러 차례 통합 우승을 경험했지만, 감독 대행으로서는 처음이다.
김 대행은 "감독은 하는 것 없이 힘들다는 이야기도 있다. 코치 때는 선수들만 잘 가르치고 보살피면 됐는데, 감독이 되다 보니 여러 부분을 신경 써야 했다"며 "되돌아봤을 때 다른 감독님들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축구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었다"며 한 해를 돌아봤다.
'절대 1강'으로 불리던 현대제철이지만, 올 시즌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시즌 도중 강채림과 정설빈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시즌 막바지에는 대표팀에 소집됐던 장슬기와 임선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리그 2경기가 연기되는 등 악재가 발생했다.
여기에 '적수'로 성장한 2위 한수원에 맹추격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변함없이 리그 1위를 차지했고, 이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한수원을 제압하며 통합 9연패를 이뤘다.
김 대행은 "선수 27명으로 시즌을 시작해 중간에 외국인 선수 엘리가 고향으로 돌아갔고, 부상자도 많이 나와 걱정을 한 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20라운드가 순연되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골을 넣고 우승을 하더라.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고, 우리의 DNA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팀을 하나로 만든 김 대행은 그 비결로 '소통'과 '동기부여'를 꼽았다.
그는 "엉겁결에 감독 대행을 하게 됐는데, '나 또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변함없이 가까이서 지켜보고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는데, 선수들이 허심탄회하게 말해 준 게 좋았다"고 했다.
또 "누구나 열심히 하면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선수가 다 리그 경기를 경험해 봤다. 이런 팀은 없을 거다. 자부할 수 있다"면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준 것 같다. '내가 열심히 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구나' 하는 한 해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김 대행이 지휘봉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는 기회가 된다면 선수들을 더욱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행은 "시즌이 끝났으면 내년 계획을 세우는 게 당연하다. 오늘까지만 기뻐하겠다"며 "올 시즌 시간도 촉박했고, 국가대표 선수들도 많아 발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내년에도 대표팀 합숙은 많고 A매치도 많겠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열심히 해줄 거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까지 성장시키고 싶다. 그게 내년의 성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