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이찬우 수석부원장은 지난 19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주요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수석부원장은 "금리는 시장에서의 자금 수요와 공급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가격이지만, 은행의 가격 결정 및 운영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언급하며 "실제 영업현장에서 각 은행의 대출금리(특히 가산금리 및 우대금리) 산정, 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금금리의 경우에도 시장상황 등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산출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금리 상승세 지속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크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은행 자체적으로도 예대금리 산정·운영에 대하여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부문이 있다면 함께 고쳐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은행 측에서는 금리인하권 신청·심사절차 등 자체 시스템 개선, 고객 안내·홍보 강화 등 최근 발표한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들어 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터져 나오고 있는 대출자들의 불만을 의식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이 가산금리는 높이고 우대금리는 낮추면서 준거금리 상승분보다 금리를 더 높인 반면, 예·적금 금리는 별로 올리지 않아 예대마진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은행이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금리 산정은 은행의 '자율'이라며 개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저희(금융위원회)가 은행 대출금리 분석을 해봤는데,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중 준거금리가 많이 올랐다"면서 "정부가 직접적으로 (금리를 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한 바 있다.
이날 이 수석부원장도 "(은행 자율에 맡긴다는) 기조는 바뀐 적이 없다"면서 "대출 금리든 수신 금리든 간에 저희가 규제를 한다는 그런 건 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들이 당장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은행의 금리 인상은 '대출 총량 관리'라는 큰 틀에서 어디까지나 금융당국의 용인하에 이뤄진데다, 금융당국 한마디에 금리를 인하할 경우 '예대금리차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달 예정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 추가 금리 조정시 속도조절에 나서는 동시에 총량 관리를 위해 한시적으로 낮추거나 없앴던 우대금리를 내년부터는 다시 정상화하는 등 점진적으로 체감 금리 인상 폭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금리 산정 체제를 들여다 본다는데 부담이 되지 않을 있느냐"고 반문한 뒤 "향후 금리 산정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