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난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주역들은 벅찬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1월 내한공연을 코로나19로 조기 종연한 후 꼭 1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중 하나다. 2005년 한국에서 프랑스어 버전을 초연한 후 15년간 세 가지(영어·한국어) 버전으로 1천 회 이상 공연했다.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세 남성 '콰지모도'(노트르담 대성당 종지기), '프롤로'(주교), '페뷔스'(근위대장)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송스루(Sung-Through·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번 공연은 1998년 프랑스 초연 20주년 기념 버전이다.
1998년 프랑스 초연에 참여했던 다니엘 라부아(프롤로 역)는 "한국에서 다시 공연하게 되어 행복하다. 11월의 한국은 맑은 날이 많아서 더 행복하다"고 했다. 제이(클로팽 역)는 "무대에 서지 못하는 건 예술가에게 큰 고통이다. 마스크 쓴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게 어색하지만 팬데믹이 여전한 상황인데도 공연을 보러 와주고 환호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 17일 세종문화화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2년간 지속된 팬데믹으로 공연장을 찾는 발걸음이 뜸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프로듀서 니콜라 타라는 "여러 방역지침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공연장을 꽉 메워줬다. 배우들 모두 감동받았다. '관객이 여전히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갈구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은 1998년 프랑스 초연 후 23개국에서 15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웅장한 무대 연출과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넘버, 독창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안무가 어우러져 '노트르담 드 파리'만의 아우라를 풍긴다. 뤽 플라몽동(극본 및 기사), 리카르도 코치안테(작곡), 질 마으(연출), 마르티노 뮐러(안무)의 합작품이다.
니콜라 타라는 "초연 당시 창작진이 '유행을 타지 않는 작품을 만들자'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작품의 매력에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니엘 라부아는 "초연과 비교했을 때 안무나 의상을 약간 수정했을 뿐 큰 차이는 없다. 작품 고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도록 초연 장작진이 계속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안젤로 델 베키오는 "수많은 노력 끝에 2005년 내한공연에서 처음 불어로 연기했다. 그래서 한국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니콜라 타라는 "지금은 세 배우가 프랑스인보다 불어를 잘한다"고 웃었다.
팬데믹으로 여정을 잠시 중단했던 '노트르담 드 파리'는 다시 전 세계 관객을 만난다.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 공연을 마치면 두바이와 뉴욕(미국)에서 프랑스어 버전을 선보인다. 퀘벡(캐나다)과 대만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서울 공연은 12월 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