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轉禍爲福)'
극적인 드라마와도 같았던 프로야구 KT 위즈의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통합 우승을 설명해주는 적절한 사자성어가 아닐까.
KT가 정규시즌 70승 고지에 선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의심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KT는 하향곡선을 그렸고 시즌 막판 한때 삼성 라이온즈에게 1위를 내주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삼성과 공동 1위 동률을 이뤘지만 3위 LG 트윈스는 턱 밑까지 쫓아온 뒤였다.
만약 SSG 랜더스와 최종전에서 패한다면 순위가 3위까지 내려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KT는 뒤늦게 집중력을 되찾았다. 인천 원정에서 SSG를 8대3으로 꺾었다. 같은 날 삼성이 NC 다이노스를 꺾으면서 1위 결정전이 성사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두산 베어스를 상대한 한국시리즈 기간에 "1위 결정전에서 이긴 경험이 정말 크게 작용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KT는 한국시리즈 7차전을 치르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된 1위 결정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해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까지 따냈다.
1위 결정전의 경험은 작년에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대다수의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그런데 선수들은 이미 그 전부터 포스트시즌의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SSG와 마지막 경기부터 평소와는 다른 자세였다는 것이다.
베테랑 유한준은 "10월에 1위를 지킬 때가 굉장히 힘들었다. 사실 1위 결정전보다 SSG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더 긴장됐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잘못되면 3위까지 내려갈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이 긴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경기를 후배들이 겪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2주간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체력을 세이브했고 그게 집중력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포수 장성우도 "SSG를 만난 마지막 경기 때 선수들이 하나같이 긴장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경기를 이긴 후 타이브레이커 때는 오히려 더 긴장을 안 했다. 그런 부분이 한국시리즈까지 작용한 거 같다"고 말했다.
KT의 정규시즌 막판 부진은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더 높게 비상할 수 있는 추진력으로 작용했다.
KT는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4차전에서 두산을 8대4로 누르고 4승무패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던 마지막 고비를 잘 넘겼기에 그 열매는 더욱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