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휴대폰서 발견한 별건 범죄, 영장 없으면 증거 안돼"

별도 범죄 혐의 발견 시 영장도 새로 받아야
"제한 없는 폰 압수수색, 인격적 법익 침해"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애초 수사 대상과는 다른 별도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이에 맞는 압수수색 영장도 새로 발부받아 별건 범죄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교수 A씨(47)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18일 확정했다.

A씨는 2014년 12월 자택에서 술에 취해 잠든 제자 B씨의 나체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다가 발각됐다. B씨는 현장에서 A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이후 경찰은 휴대전화를 탐색하다가 A씨가 2013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다른 제자들의 나체를 불법 촬영한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A씨는 처음 문제가 된 2014년 사건뿐만 아니라 과거 2013년 사건까지 포함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2013년과 2014년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처음 경찰이 신고받은 2014년 범행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별도로 발견된 2013년 범행은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2014년 범행의 증거 탐색 과정에서 그와 무관한 2013년 범행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탐색 절차를 중단한 다음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았다 하더라도 절차적 하자가 치유되지 않으므로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2013년 영상물은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만장일치로 2심 판단을 인정했다. 전원합의체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영장에 의하지 않고 임의제출한 경우에도 그 범위는 처음 동기가 된 범죄 혐의와 연관관계가 있는 정보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저장매체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 인격적 법익에 관한 모든 것이 저장돼 제한 없이 압수수색이 허용될 경우 피의자의 인격적 법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번 사건처럼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제출했을 때에도 당사자인 피의자의 참여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전원합의체는 "제3자가 피의자의 정보저장매체를 제출한 경우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데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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