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 조치가 본격화한 이후 우리 주변에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지난 1년 9개월 동안 지속돼 온 방역규제가 완화하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조금씩이나마 생기가 돌고 있는 모습이다.
카페, 식당의 야간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고 다중이용시설 출입 제한도 완화되면서 최근 들어 서울 도심에서는 한밤중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는 뉴스도 전해졌다.
공연이나 스포츠 관람 역시 인원 제한이나 육성 응원 금지 등 방역 수칙이 붙기는 했으나 직접 관람할 기회가 늘고 있고 대면 종교 활동도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가능해졌다.
지난 주말 서해안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식사를 하러 휴게소 식당에 들려보니 테이블마다 설치돼 있던 투명 유리 막도 사라졌다.
그런데,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던 소중한 일상이 보름여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증가로 수도권 중증 병상 가동
률이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천292명으로 이틀 연속 3천명 대를 유지하면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506명으로 이틀 연속 500명대를 넘어섰다.
전날 522명보다는 16명 적지만, 정부가 당초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제시한 기준인 500명을 넘겼다.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도 늘어 두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은 78.2%로 80%에 근접하고 있다.
수도권에 확보된 687개 중증환자 전담 병상 중 537개가 이미 사용 중으로 남은 병상은 150개 정도다.
특히, 서울은 345개 병상 중 279개를 쓰고 있어 80.9%의 가동률을 기록해 전국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기준 중환자 병상 가동률 역시 63.8%(1천127개 병상 중 719개 사용)로 전날보다 상승하면서 여유 병상이 줄고 있다.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위험도 평가'와 관련해 전국의 주간 일평균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75% 이상 등일 때는 긴급평가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서는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잠시 중단하는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실시 여부 등 조치사항이 결정된다.
수도권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는 급기야 지난 16일에 이어 오는 19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수도권 병원장들과 만나 위중증 환자 병상 운영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그러나 아직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비상계획'을 발동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럽 등 외국에선 일상회복 이후 대규모 유행까지 촉발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대규모 유행으로 평가할 정도로 커지진 않아 극단적인 조치를 강구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확진자 규모 자체가 폭발적으로 커진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특정시설에서 감염이 늘어 위중증 환자 수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차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고령층 위중증 환자 수가 급증하자 6개월이던 추가접종(부스터샷) 간격을 60대 이상은 4개월로 단축하고, 50대는 5개월로 조정하기로 했다.
2년 9개월여의 인고 끝에 일상 회복을 위해 어렵게 첫 발을 내딛은 '위드 코로나'가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확진자 증가 등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보름여 만에 위중증 환자용 전담 병상 부족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지는 등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는 우리가 온전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내야하는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대를 종식하기 위해 통과해야하는 필수과정으로 그만큼 소중하다는 얘기다.
이만큼이라도 되찾은 일상인데 자칫 방심 탓에 '비상계획'이 발동하지 않도록 지금의 위드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보내기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