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다'는 중학교 여자 동창생 4명(상강·청명·동지·신정)과 이들이 이모라 부르는 트랜스젠더 1명의 수다를 통해 여성들의 연대를 그렸다.
등장인물의 이름에 절기를 부여한 점이 독특하다. 극작 겸 연출 이해성은 "인물 모두가 한 해의 계절적 흐름을 구성하는 필수요소이자 어느 한 명이라도 빠지면 작품의 우주가 완성체로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암시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또 다른 키워드는 경계다. 아버지에서 이모로 삶의 자리를 이동한 말복의 쓸쓸한 내면을 들여다보며 여성과 남성,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 장애인가 비장애인의 경계에 대해 묻는다.
'말복' 역의 신현종은 "언제 트랜스젠더 역할을 해볼까 싶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극단 측은 "남성 작가가 쓴 여성들의 이야기인데도 생생하고 재미지다. 여성들이 함께 있을 때 어디까지 자기 마음을 열어보일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통해 얼마나 치유받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편견과 경계를 풀고 힘든 한 해를 겪은 서로를 토닥이며 관람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