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 앞에는 두꺼운 패딩을 껴입은 수험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험표를 받아 갔다. 감염 우려 탓에 수험표 배부는 학교 본관 건물 앞 공터에서 이뤄졌다.
수험표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학생들은 대학 지원 상황이나 수능 이후에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한 교사는 수험표를 받은 학생들에게 작은 초콜릿 바를 쥐여주며 "너희가 수능을 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잘 보고 오라"며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학생들은 대체로 "내일이면 1년간 준비해온 시험이 끝나 홀가분하다"면서도 "코로나와 함께한 수험 생활이 불편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고에 재학 중인 정수빈(18)양은 "(그동안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스터디 카페를 다니고 싶었는데 10시에 닫아서 12시 넘어서까지 공부하려고 할 때 흐름이 끊기니까 아쉬웠다"고 말했다.
홍지민(18)양 또한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수능을 별도 시험실에서 보거나 면접도 응시할 수 없어 외식을 자제하는 등 어디를 가나 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고에서 시험을 치를 예정인 최민성(18)군은 "그래도 인생 일대 가장 큰 시험이다 보니 부담감이 있다"면서도 "(수능이 끝나면) 대학교 탐방을 하다가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놀러 다니거나 쇼핑하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 이원종(18)군 또한 "수능이 끝나면 밤늦게까지 PC방에 가 게임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화여고에 재학 중인 우윤정(18)양도 "수능이 끝나면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가고 제주도 여행도 할 예정이라 신이 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건물 밖에서 시험장 배치도를 확인하던 학부모 김모(49)씨는 "아무래도 시험을 앞둔 자녀가 있다 보니 가족들이 외부 활동을 거의 안 했다"며 수험생을 둔 가족으로서 고충을 토로했다.
지적장애 3급 수험생의 학부모인 김씨는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아들의 수능 준비를 돕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수업을 원격으로 해서 수능 전후로 한 달간 학교를 가지 않아 아이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며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자습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을 옛날에는 학교나 사교육 선생님들이 도와주셨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부모의 몫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군은 "작년에는 아예 플라스틱 칸막이를 앞에 다 놔뒀는데 그게 없어지고 점심 먹을 때만 잠깐 펼치니까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에는 시험장 방역을 위한 교실 소독이 이뤄졌다. 흰 방역복을 입고 고글을 쓴 소독업체 직원들은 학교 교실을 돌아다니며 소독약을 뿌리고, 책상과 의자를 걸레로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