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전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비노무현·문재인계 인사로 분류되며, 지난 2015년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 창당에 참여했다.
민주당에서는 김 전 대표가 2017년 대선에서도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며 문재인 후보와 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그의 민주당 선대위 참여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한 달이나 앞서 대선 최종 후보를 선출하고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렸음에도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두 자릿수 지지율 차이로 따돌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때에 김 전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선대위 내부에서는 적잖게 당혹스러워 했다는 것.
내년 초 본격적으로 대통령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중도 확장전(戰)이 정권재창출 승패를 가를 핵심인데, 과거 민주당에 몸담았던 원로들에 대한 조력 요청이나 예우에 선대위가 너무 안일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한길 전 대표가) 윤석열 후보 측과 계속해서 경선 과정과 그 이전에 교류를 했던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그리는 국민통합위원회는 윤석열 후보 직속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극단적 양상을 보였던 진영 갈등을 해소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중도 표심을 자극하는 창구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보수·진보 진영을 넘나드는 인사들이 참여하며 합리적 진보와 호남 인사들에게도 문호를 활짝 개방할 계획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주선 전 부의장과 김한길, 정동영, 천정배 이런 분들이 국민의힘 쪽으로 다 가시면 사실상 내년 선거는 진다"며 "당 지도부가 이재명 후보를 중심으로 이런 분들과 적극 접촉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고민이 전혀 없는 게 내부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을 해야하는 데, 미처 못하면 당 지도부가 해줘야 한다. '우리 당에 와서 이 직책을 맡아 어떻게 도와주세요'라고 적극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김 전 대표의 국민의힘 행(行)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향후 중도 확장을 위해서라도 당의 원로와 실무 그룹에서 일할 인사에 대한 적극적인 '삼고초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을 포함한 공동선대위원장들이 이런 고민이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결국은 이재명 후보나 송영길 대표가 외연 확장을 위한 외부 인사 모시기에 직접 나서야 한다"며 "'한 번 도와주시든가'라는 마인드는 오만방자하다. '꼭 와서 이 부분을 도와주세요'라고 납작 엎드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