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면서, 대선 정국을 지켜보는 청와대의 내부 분위기도 착잡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대선 정국에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상황에서, 청와대 참모들은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각종 여론조사 지표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재명 후보 캠프에 드리운 위기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참모진들은 현재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의 위기 상황을 보고 여러 생각이 교차할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른바 '광흥창팀'으로 불리는 실무진들을 구성해 전략을 준비해왔으며, 본선에서는 실무진을 중심축으로 하되 국회의원들에게 역할을 부여해 외연을 확장하고 세력을 통합했다.
광흥창팀이 추후에 이너서클을 만들고 측근 정치를 키웠다는 비판도 있지만,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젊고 충성도가 높은 실무진들이 캠프를 이끌면서 기동력과 결속력을 높였다.
반면, 이재명 선대위는 코어가 돼야 하는 실무진들의 권한과 힘이 약한데다, 다선 의원들이 주요 직책을 맡으면서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지지율 격차가 고착화될 경우에 반전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 의식도 청와대 안팎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선대위에서는 막연하게 낙관주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여권 전반에 드리운 위기를 모두가 절감해야 할 때"라며 "반전의 기회를 서둘러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청와대 안팎의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를 이끈 '투톱'인 양정철, 임종석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여권의 대표적인 전략통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17일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 비공개 간담회에서 "저쪽과 너무 대비된다"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은 이성복 시인의 시 '그 날'에서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문구를 소개하며 "우리 당 현실을 한 마디로 얘기한다"며 "의원들의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 하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양 전 원장은 "후보 핵심 측근들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후보 중심으로 키를 틀어쥐고 중심을 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며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 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위기의식을 일깨웠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재명 캠프 측의 '정권교체론'을 경계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권교체도 정권 재창출도 적절치 않은 표어"라며 "새로 들어설 정부는 반사체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명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의식한 '정권교체론'을 앞세울 경우 문재인 정부의 지지기반을 잃고 여권의 분열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