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과 노조 등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단독(김석수 판사)은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 전 경마처장 A씨와 조교사 B·C씨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10월 사이 조교사 개업심사를 앞두고 심사위원회에 제출할 사업계획 발표자료를 사전에 검토해달라고 부탁하고 보완을 지시하는 등 한국마사회의 공정한 조교사 평가·선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 열린 심사에서 A씨는 평가위원을 맡았고, B·C씨는 각각 조교사·예비 조교사로 선발됐다.
하지만 고 문중원 기수는 조교사 면허를 딴 지 5년이나 됐음에도 해당 심사에서 탈락했고, 이에 "마사회 고위 간부와 친분이 없으면 마방을 배정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 판사는 "A씨가 B·C씨의 발표자료 초안을 검토한 무렵에는 이듬해에 조교사 선발이 예정돼있지 않아 업무방해의 고의와 공모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초안을 검토한 뒤 '작년보다 나아졌다', '디자인에 조금 더 신경을 써라'는 등 추상적 조언은 했으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보완을 지시하거나 평가위원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발표자료를 수정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 직후 고 문중원 기수 유족들은 법정 앞에서 오열했고, 유족과 함께 활동해 온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거나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항소를 요구하는 한편,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리화수 부산본부장은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가고 억울함을 호소해야 재판부가 귀를 기울여 주겠나"며 "문 기수의 뜻이 이뤄지고 유족의 억울함이 풀리도록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고 문중원 기수 아버지 문군옥 씨는 "공판 때마다 빠짐없이 지켜봤지만, A씨 등은 속죄는커녕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며 유가족을 피해다녔다"며 "이들이 반성의 여지가 있으면 이 이상은 행동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이어 "중원이가 쓴 유서 말미에는 '나의 죽음으로 마사회의 모든 것들이 바로잡아지길 바라고, 이로 인해 나를 아는 모든 분이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내용이 있다"며 "마사회의 모든 비리를 끝까지 파헤쳐 제 손으로 남은 잘못된 구조를 바꾸는 데 온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