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원장은 이날 낮 1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대책위원회에 확실한 컨트롤 타워, 책임과 권한이 모호하다"며 "비효율적인 체제를 빨리 개선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대위를) 개선하면 앞으로 시간은 충분하니까 아직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매우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 전 원장은 선대위에 대해 "희한한 구조"라거나 "처음보는 체계"라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원팀을 위한) 취지와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권한과 책임이 다 모호하다.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를 못갖춘 매우 비효율적인 체계"라고 비판했다. "천금같은 한 달의 기간을 인사안만 짜다가 허송세월 보낼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후보 핵심 측근들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후보 중심으로 키를 틀어쥐고 중심을 잡아 컨트롤 타워 역할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고 조언했다.
양 전 원장은 "당 전체가 해현경장(解弦更張·느슨하게 늘어진 활시위나 악기의 줄을 다시 조여 매어 팽팽하게 함) 해야 겨우 이길까 말까하다"면서도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며 체계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윤석열 후보에 비해 뒤지는 이 후보의 지지율 조사 결과에 대해 "최근 여론조사만 갖고 좌절하거나 낙담해선 안 된다"면서도 "앞으로 두 세 주 안에 이런 문제를 궤도수정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율이 고착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판을 뒤집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거듭 경고음을 울렸다.
선거전략을 두고도 양 전 원장은 "경제는 우리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띄고 있는 분야인데 한 달 먼저 후보를 확정하고도 다양한 경제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어느 방향으로 도약하고 뻗어갈지 목표를 제시하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당, 포지티브한 비전을 내놓는 쪽에 상당한 승산이 있다"며 "현실은 매우 담대한 비전과 공약과 대안이 준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으로 프레임 전환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야당과의 차별화 부족을 꼽았다. 이어 그는 "특히 모든 대선에서 관건은 중도확장 싸움"이라며 "중원 진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쪽 의제와 이슈는 전혀 중도층 확보전략이라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더불어 양 전 원장은 과거 대선들을 분석하며 정권 연장을 한 경우 '다른 당 다른 대통령상(象)'을 연출했다"고 소개하면서도 대립정치 청산을 주장했다. 과거 노태우와 김영삼,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예로 들며 그는 "(같은 당이라도) 일종의 착시를 노린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정권교체에 가까운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며 "지금 현실에서 그런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대립정치' 자체를 극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 전 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이재명 후보를 지원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굳이 선대위에 참여하기 보다는 (선대위) 밖에서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에게) 자주 연락 드린다"며 "저도 필요한 것은 건의나 조언을 드리고 이 후보도 답답한 것이 있으면 저한테 연락주신다. 굳이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아도 충분히 밖에서 조언·자문하고 힘이 되는,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양 전 원장은 간담회에서 "양해를 구하자면, 저도 이번 대선 이후엔 문재인 대통령 퇴임에 맞춰 정치에서 퇴장할 계획이라며 "따라서 오늘 이 자리는 어떤 면에서 정치적 고별의 의미"라고도 했다.
양 전 원장은 고별의 의미로 초선 의원들을 향해 "스타일리스트형 정치인은 제발 안 되셨으면 하는 간곡한 부탁이 있다"고 뼈있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하찮은 패션 따위로, 튀는 표현이나 말장난, 돌출 행동 등으로, 그저 뜰 수만 있다면 SNS를 통해 뭐든 하려는 분들 많이 본다. 여야의 그런 모습이 정치를 희화화시키고 냉소와 조롱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또 "언제가 됐든 떠나는 시점과 방법을 늘 마음 속에 그려두는 것이 좋은 정치라 생각한다. 누릴 것 다 누리고 여전히 뭔가를 집착하는 노추(老醜)를 많이 본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