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30세 미만 연령층, 기본접종 백신 화이자 권고"

일부 유럽 국가, 심근염·심낭염 이유로 모더나 접종 잠정중단
모더나로 1차 접종한 30세 미만은 2차 접종 시 화이자 권고
"국내 신고율은 큰 차이 없지만…안전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 연말까지만…점진적으로 종료"

서울 양천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방역당국이 최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젊은층에 대한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접종을 일시중단하고 화이자 접종을 권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내 30세 미만 연령층에 대해서도 기본접종 시 화이자 백신을 권고하기로 했다.

스웨덴과 핀란드, 프랑스·독일 등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 백신 접종 이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인 심근염·심낭염 발생확률에 있어 모더나가 화이자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17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전날 예방접종전문위원회(위원장 최은화 교수) 심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방접종전문위는 30세 미만(1992년 1월 1일 이후 출생)의 연령층에 대해 1·2차 접종 시 모더나 대신 화이자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했다.
 
현재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모더나와 화이자 사이 심근염·심낭염 신고율 등에 큰 차이가 없지만 안전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미 모더나 백신으로 1차 접종을 하고 2차 접종을 마치지 않은 30세 미만 역시 2차 접종은 화이자로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모더나 백신을 활용한 '부스터샷'(효과 보강을 위한 추가접종)은 기본접종의 절반 용량이 사용되는 것을 감안해 우선 접종직업군 등 만 18세 이상의 접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추가접종 시 투여되는 모더나 백신 용량(50㎎)과 화이자 백신의 용량(30㎎)이 비슷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부스터샷 접종 이후 심근염·심낭염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고 추진단은 전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일까지 모더나 백신이 총 1241만 회(1차 660만 회·2차 581만 회) 접종됐다. 이 중 30세 미만이 맞은 횟수가 287만 회(1차 155만 회·2차 132만 회)로 집계됐다.
 
모더나를 맞은 30세 미만 연령층이 심근염·심낭염 의심사례를 신고한 건수는 총 37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접종자 10만 명당 1.29건의 발생률이다.
 
화이자 같은 경우 30세 미만에 대해 총 1104만 건이 접종돼 모더나보다 약 3.8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 이후 심근염·심낭염 신고는 총 152건으로 집계됐다. 10만 명당 발생률로 보면 1.38건으로 모더나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제 의료진의 판단을 거쳐 심근염·심낭염으로 최종 진단된 건수는 모더나가 10만 건당 0.49건, 화이자는 0.45건으로 모더나의 발생률이 약간 앞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추진단은 "국외 사례를 보면 독일, 프랑스 등에서 특히 30세 미만 연령층의 경우 드물지만 심근염·심낭염 발생률이 모더나 백신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해당 연령층에는 기본접종을 화이자 백신으로 권고하는 국가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추진단에 따르면 실제로 독일에서 모더나를 접종한 12~74세 남성의 경우, 심근염·심낭염 발생확률이 10만 건당 11.41건으로 화이자(10만 건당 4.81건)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세 미만 남성만 떼어놓고 봐도 모더나 접종자들이 10만 건당 11.71건으로 화이자(10만 건당 4.68건)보다 발생률이 배로 높았다.
 
프랑스에서 모더나를 맞은 30세 미만 또한 모더나 접종자가 10만 건당 13.16건의 심근염·심낭염 발생률을 나타내 화이자(10만 건당 2.67건)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추진단 정은경 단장(질병관리청장)은 "30세 미만 연령층에 대해 기본접종을 화이자 백신으로 변경해 시행한다"며 "모더나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받으신 분들에 대해서는 2차 접종은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시행하고 대상자들께 문자 등을 통해 안내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한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은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종료된다.
 
정 단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급상황을 고려해서 1차 접종은 11월 말, 2차 접종은 12월 말에 종료할 계획"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2차 접종이 예약되어 있는 분들은 금년 중에는 일정에 따라 접종하며,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접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만, 내년부터는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은 연령에 관계없이 화이자 백신으로 시행하도록 하겠다. 이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재 잔여백신을 활용한 AZ 백신의 신규 접종은 30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사전예약 없이 시행되고 있다. 추진단은 이달 말까지 AZ 백신을 보유한 접종기관에서는 유효기관이 도과하지 않은 백신으로 기존과 같이 신규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1차 접종 시 해당 위탁의료기관에서는 피접종자에게 향후 2차 접종 방법에 대해 충분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경우, AZ 백신의 잔여물량을 고려해 2차 접종은 '1차 접종 8주 후' 화이자 백신을 활용한 교차접종을 기본으로 한다.
 
추진단은 50세 이상 1차접종자가 AZ 백신으로 2차 접종을 원할 경우, 백신의 유효기간을 고려해 올해 12월 31일까지로 접종시점을 한정하기로 했다. AZ 백신의 2차 접종은 1차 접종 4주 후로 권고되고 있다.
 
AZ 백신을 이용한 2차 접종은 다음달 31일까지만 가능하다. 연내 2차 접종이 예약된 대상자는 일정대로 접종을 진행하되 AZ 백신 1차접종자가 교차접종을 희망하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당일 신속예약서비스나 예비명단, 보건소를 통해 예약을 변경·접종하면 된다.
 
내년 1월 1일 이후 AZ 백신으로 2차 접종이 예약된 대상자에 대해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백신을 변경한다. 백신 및 접종일정 변경 등 세부사항은 개별문자로 안내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황진환 기자
앞서 AZ 백신은 지난 2월 24일 코로나19 백신으로는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그동안 요양병원·시설의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등 우선접종군에 들어갔던 고위험군을 시작으로 보건의료인, 군인·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60~74세 고령층 등을 포함한 약 1100만 명의 접종 백신으로 쓰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공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하루 평균 약 1천 건 미만의 접종이 진행되는 등 주로 2차 접종 위주로 사용되면서 접종건수가 감소추세를 보여왔다.
 
지난 달 4번째 주 기준 3만 7255건이었던 접종건수는 이달 둘째 주 5411건까지 줄어든 상태다. 
 
정 단장은 AZ 백신에 대해 "중증과 사망을 예방하고 의료방역 등 사회 필수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그동안 AZ 백신을 원활하게 공급해준 아스트라제네카 사와 백신 생산·유통을 담당한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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