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전승 도전?" 허훈 돌아온 KT, 분위기부터 다르다

수원 KT. KBL 제공


"서동철 감독님께서 창원 LG전을 비디오 리뷰하면서 저와 (허)훈이 형, 2명을 콕 짚어서 너희 수비는 빵점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수원 KT의 간판 포워드 양홍석이 지난 16일 울산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전을 마치고 남긴 말이다.

얼핏 들으면 마치 감독이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했던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양홍석이 먼저 스스로 LG전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인터뷰실에 동석한 허훈도 그 말을 들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LG전 비디오 세션이 진행됐을 때 팀내 분위기가 어땠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주고 받는 대화는 진지했겠지만 비디오 룸의 온도는 결코 무겁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팀 회의의 효과는 즉각 나타나기 마련이다. KT는 현대모비스를 85대70으로 누르고 1라운드 패배를 만회했다. 무엇보다 수비가 좋았다. 상대 야투율을 38%로 묶었다. 서동철 감독은 경기 후 "모두가 악착같이 수비를 잘했다"고 호평했다.

양홍석과 허훈은 경기 후 인터뷰 내내 분위기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양홍석이 허훈의 복귀로 KT의 승률이 어떻게 달라질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을 때 허훈이 말을 끊었다. 그는 "분위기상 라운드 전승이예요"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양홍석도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KT는 정규리그 1라운드를 6승3패로 마쳤다. 현재 진행 중인 2라운드 성적은 4승2패다. 시즌 전적 10승5패로 서울 SK(10승4패)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있다.

허훈의 말은, 이미 두 차례 패했기 때문에 2라운드 전승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과 같은 팀 분위기라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라운드 9경기를 모두 이기는 라운드 전승은 해당 시즌의 강팀만이 도전할 수 있는 과제다.

양홍석은 "(허)훈이 형은 코트 안팎에서 영향력이 워낙 큰 선수"라며 "말도 많고 분위기도 잘 띄운다. 그래서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다"며 웃었다.

이어 "(현대모비스전 승리로) 앞으로 연승을 달릴 발판을 잘 마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동철 감독으로부터 "가장 이상적인 경기력이 나왔다"는 칭찬을 받은 양홍석은 현대모비스전에서 16득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코트에 있을 때 경기의 득실점 추이를 보여주는 플러스-마이너스 마진(margin)에서 가장 높은 +20을 기록했다.

반면, 허훈은 20득점을 퍼부은 부상 복귀전과는 달리 다소 잠잠했다. 24분 동안 출전해 7득점 5어시스트를 올렸지만 야투 성공률은 27%에 그쳤다.

그래서 허훈은 인터뷰실에 입장하면서 "오늘은 왜 제가 인터뷰 대상자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복귀 첫 날 너무 잘해서 그랬나, 오늘은 나사가 풀렸다"는 자조섞인 농담도 했다.

허훈은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나면서 "앞으로 기자회견실에 자주 오고 싶다"는 말과 함께 또 한번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더 강해진 KT의 전력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KT의 포스트-게임 인터뷰는 잘 나가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 그 자체였다. 이처럼 분위기부터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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