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의 입에서 대만문제와 관련해 "불장난 하다가는 스스로 타죽는다"는 격한 말도 나왔지만 미국 언론은 대체로 이번 정상회담을 '충돌'로는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16일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하면서 돌파구는 없었지만 양국간 분쟁이 더 확대되는 걸 막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 정상이 주고받은 우호적인 언사를 소개했다. 서로를 '친구'라 부르며 오랜 관계를 환기시키면서 소통을 강화하자고 했다거나 상식의 가이드라인을 구축하자는 등 미래지향적 언어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로서 우리의 책임은 양국 간 경쟁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공개적인 충돌로 바뀌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중미는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두 척의 배"라며 "두 배가 풍랑을 맞으면 함께 나아가야 한다. 항로를 일탈하거나 속도를 늦추거나 충돌해서는 안 된다"고 화답했다.
회담 직후 양측에서 나온 반응도 적대적인 내용보다는 긴장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다.
미 정부 당국자는 "두 정상이 여러 문제에 대해 건강한 토론을 벌였다"며 "두 정상이 서로를 존중하며 솔직하게 대화했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도 양측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며 중미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올바른 궤도로 되돌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전미외교정책위원회 로리 대니얼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양측이 상호 불신으로 점철된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옳은 말을 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차관을 지낸 대니 러셀은 "두 사람 모두 군사적으로 사건이 빠르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두 정상회담 직전에 글래스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미중간 놀라운 합의가 도출된 점, 미중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중국에서 2차 대전 때 미군과 중국 공군이 일본과 맞서 싸운 전투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점도 정상회담의 길조였다고 전했다.
AP도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면을 부각했다.
이 매체는 특히 미중 갈등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을 양국 국내 정치와 결부시켜 분석하기도 했다.
양국간 긴장이 고조될수록 자국의 뒷마당에서 도전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두 정상이 잘 알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현재 중국과 미국 모두 발전의 중대한 단계에 있으며 인류는 지구촌에 살고 있으며 우리는 함께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 말한 것도 그런 맥락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중관계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휴화산과도 같다.
내치 문제로 두 정상이 휴전에 들어갔다 치더라도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감정이 최악의 상황인 만큼 거꾸로 국내 정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휴화산은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