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2019년 10월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히말라야 트레킹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형, 이 걱정 저 걱정 하면 영 못 가니 저지르세요"하는 고교 산악반 후배의 말에 그 자리에서 결정하고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고교 시절 산악반 반장을 했던 그였지만 철저한 준비를 통해 히말라야에 올랐다. 히말라야 영상에 나온 돌계단길을 보며 출발 전까지 한 달 사이에 관악산과 도봉산에 여섯 차례 다녀왔고 지하철을 탈 때에도 계단을 오르내렸다. 트래킹 코스는 안나푸르나 설봉들이 가장 잘 보인다는 해발 3120m 푼힐 전망대까지로 정했다.
"나는 석양에 비친 봉우리들을 담으려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저녁이 되자 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저녁 때 석양에 비친 봉우리들을 찍었으면 멋있었을 테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해가 져서 헤드 렌턴을 켜고 부지런히 내려왔는데 45분 걸렸다. 이날은 약 12km 가량 오르내린 셈이다.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120쪽
그는 도착한 날 오후 오르고 다음날 한 차례 모두 두 차례 푼힐 전망대에 올랐다.
코로나 이후의 해외여행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위한 여행기이자 여행가이드북인 이 책에는 히말라야 트레킹 외에도 저자가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 10년여에 걸쳐 다녀 온 여행지 중 몽골 알타이 산맥의 빙하지대, 중국 천산산맥의 대초원,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 인도 북부의 라다크, 사할린, 필리핀의 오지 사가다와 바나우에 등 특색있는 여행지들이 실려있다.
-316쪽
특히 2014년 8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중 해발 3500m에 자리잡은, 과거 은둔의 왕국이었던 라다크 여행 당시 야생동물인 마못(marmot)이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놀던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져있다. 다람쥐과 야생동물인 마못이 사람들에게 다가와 카메라를 만지기도 하고 재롱도 부린다.
"시베리아는 생각만큼 춥지 않아"
앞서 시베리아 문학기행과 러시아 문학기행을 펴낸 '러시아통(通)'답게 저자는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와 사할린 여행도 자세히 담았다.
특히 2019년 2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당시 영하 31도의 혹한에서 저자가 찍은 사진이 눈에 띈다. 영하 10도만 넘어도 강추위인데 영하 31도라니 추위를 타는 사람들에게 시베리아 여행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그러나 저자는 "시베리아는 바람이 불지 않아 영하 20도를 내려가면 사실상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시베리아 여행은 추운 겨울이 제 맛"이라고 전한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벗어나면 여행 또한 이전 못지않게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의미 있는 여행을 위한 기록(글, 사진, 영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가 직접 찍은 150여장 사진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부록에는 몽골의 초원을 카메라에 담기를 좋아했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야기와 여행 중 사망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그리고 별 사진 찍기의 팁이 실려있다.
-머리말, 6~7쪽
저자는 "준비만 하면 누구나 갈 수 있다"며 "60대 후반에도 혼자 히말라야에 갈 수 있구나 하는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다. 책에 소개된 여행지가 많이 가는 곳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이 새로운 탐험 정신과 안전한 여행을 위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 라다크에서 마못이 사람들과 노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상대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야생동물도 인간과 화합하며 놀더라. 천국 같은 풍경이었다. 굉장히 감동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대장암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암의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됐다는 저자는 암 치료 중에도 늘 여행을 꿈꿔왔다며 코로나 이후 다음 여행지로 톨스토이 문학의 출발지인 카프카스와 크림반도를 꼽았다.
소문난 음악 애호가로 이정식 애창가곡 1, 2, 3, 4집 등의 음반을 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기사로 안 쓴 대통령 이야기', '워싱턴 리포트', '권력과 여인', '이정식 가곡 에세이 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 '시베리아 문학기행'과 '러시아 문학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