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지 10개월여 만에 열리는 것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해외에 나가지 않고 있는 시 주석 때문에 화상으로 열린다.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두 정상 사이에 두 차례의 전화통화가 있었고 2회에 걸쳐 양국 고위급 회담이 열려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세계 2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정상회담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있었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정상회담 이후 2년 5개월여 만으로 그 사이 두 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많이 변했고 양국 간 갈등은 넓어졌고 깊어졌다.
바이든 행정부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지만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처럼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무역 갈등, 반도체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확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 나라의 인식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중미 관계와 쌍방 공동 관심사에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짧게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중국에 미국의 우려를 솔직히 제기할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의도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할 것이고 중국에 관한 우리의 우려에 대해 솔직하고 분명하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대한 결과물을 의도하고 있다는 기대를 조성하지 않을 것이고 회담 후에 회견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미국이 수교의 전제조건이자 약속이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자꾸 어기고 대만 독립세력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무력을 앞세워 대만에 대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경고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열린 미중 외교장관의 전화통화에서도 대만문제는 주요 이슈였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중국이 자국 영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주요국가와 일본, 호주 등의 소 그룹화 움직임을 견제하면서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를 주장할 것이 예상된다.
바이든과 시진핑은 경제·무역 분야에서도 상반된 처지에서 각자 자기 입장을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강하게 압박하는 반면 시 주석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반대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산 제품에 부과됐던 관세 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이 비교적 부드러운 어조로 비슷한 얘기를 할 부분도 있는데 바로 기후 변화 대응이다.
미국은 중국이 기후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기후변화는 선진국의 책임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지만 인류 공동의 목표인 기후변화 대응에서 두 사람은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미중 양국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인식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겠다는 내용의 깜짝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회의 참가 200개국이 함께한 '글래스고 기후 조약'(Glasgow Climate Pact)으로 이어졌다.
시진핑 주석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의 협조도 요청할 계획이다. 서방 국가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협조 약속을 받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BC 방송은 시 주석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동계올림픽에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그러면서 만약 초청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우방인 일본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에도 안 갔던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 인권 문제로 시끄러울 동계올림픽 기간에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빛내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