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에 나서는 팀들은 시리즈 전까지 핵심 전략을 숨겼다가 경기를 통해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는 달랐다. KBO 리그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T는 자신만만 했고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미라클 두산'도 전략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선발 고영표의 활용 방안을 묻는 질문에 "결정했다. 선발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한 토종 에이스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의 핵심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를 경기 중반 투입하는 필승 카드로 활용할 방침이다.
그는 "SSG 랜더스와 마지막 경기 같은 쓰임새를 생각하고 있다. 선발이 5이닝 정도 막아주면 6~8회가 조금 불안하기에 그때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지난달 30일 인천에서 열린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선발 소형준에 이어 KT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1실점으로 호투, KT의 8대3 승리에 기여했다.
이강철 감독은 반드시 잡아야 했던 SSG전에 고영표를 '1+1' 카드로 활용해 성공을 거뒀다. 그날 승리한 KT는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을 치를 자격을 얻었고 1대0으로 승리하면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KT는 1위 결정전의 히어로 윌리엄 쿠에바스를 1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한편, 김태형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의 최대 변수로 평가받는 아리엘 미란다의 활용 방안을 시원하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는 선발로 기용할 것이다. 3선발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란다는 올해 14승5패 평균자책점 2.33을 올렸다. 탈삼진 225개를 기록해 최동원이 보유하던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운 두산의 에이스다.
하지만 정규시즌 막판 어깨 통증을 호소해 포스트시즌 경기에는 등판하지 못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진출 시 미란다의 복귀 가능성을 타진했고 최근 통증 없이 캐치볼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복귀가 이뤄졌다.
김태형 감독은 "그 전에 불펜에 한번 들어간다. 팔 상태가 혹시 잘못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괜찮다고 본다"며 3차전 선발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올시즌 4승7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한 곽빈을 1차전 선발투수로 내세운다.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는 아직 1선발로 나서기가 좀 그렇고 최원준은 피로가 쌓여 하루 미뤘다. 곽빈이 KT전에 괜찮았고 공 자체가 좋기 때문에 자기 공을 던지면 충분히 승산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