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8년 유난히 덥고 건조했던 영국 런던의 여름. 도시를 가로지르는 템스강에서 나는 끔찍한 악취가 웨스트민스터 의회까지 침투했다. 이때의 엄청난 악취는 '대악취'(Great Stink)라는 이름으로 기록에 남아있다.
이후 생물학적으로 죽었다는 선고를 받고 '죽음의 강', '좀비 강'으로 불리던 템스강에 최근 수백 종의 야생 동물이 발견되고 있다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NPR 등에 따르면 런던동물학회는 템스강이 최근 해마와 상어, 바다표범 등이 발견되는 생명의 강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전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템스강에 대해 "런던만큼이나 다양한 수많은 야생동물의 보고"라고 불렀다.
연구진은 최근 수십 년간 화학 성분 유입을 막고 조류와 어류를 위해 염습지를 보호하는 등의 정화 노력이 템스강을 살아나게 했다고 진단했다.
템스강은 산업혁명기 생활 쓰레기와 가죽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유독성 액체 등으로 심하게 오염된 상태였다. 템스강으로 흘러가는 하수도 등으로 일어난 '대악취' 사건은 영국 의회에 하수도 정비라는 숙제를 안겼다.
그러나 1959년까지도 템스강은 여전히 산소 수치가 낮았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생물학적으로 볼 때 해양 생물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즈음 영국 당국은 하수도 처리 시설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주요 환경지표 모니터링 방법을 개선했다. 이런 변화가 쌓여 이제 템스강에 유독성 폐기물이 많지는 않은 수준이 됐다.
다만 문제는 남아있다.
템스강에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고, 해수면과 수온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생활 쓰레기에서 떨어져 나온 플라스틱 파편은 결국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강에서 바다까지 흘러 들어가 더 많은 야생동물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게다가 템스강 일부 수역에서 하절기 수온이 2007년 이후 매년 0.19도씩 오르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작은 변화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생태계를 교란하고 생물의 서식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질산 농도 상승으로 인한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템스강은 런던 시민의 생활용수로 쓰이고 있다.
템스강 하류는 바다와 경계가 불분명한 지역이다. 조류의 영향을 받아 밀물과 썰물이 있으며 이 때문에 바다생물도 서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