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의 '부르는 값'은 여전히 상승일로지만, 반대로 예비 매수자들은 가벼워진 지갑 단속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정체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 A씨는 "3주 전쯤부터 매수 문의가 거의 뚝 끊겨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는 직전 신고가 거래액이 14억 5500만 원(전용 59㎡)에 나왔지만, 현재 매물 대부분의 호가는 이와 1억 가까이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매수자들의 관심은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금리 인상 분위기에 '상투론', 대출 규제, 여당 대선 후보 확정까지 여러 사안이 겹칠 때쯤부터 문의가 끊겼다"며 "매도자들도 사정이 급한 게 아니고서야 가격을 낮추진 않는데, 사람이 있어야 흥정도 가능한 만큼 이런 상태가 그냥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주택 매매 거래는 10만 4492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매량(14만 856건)보다 26%가량 줄어든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아파트‧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 매매량은 5738건이었다. 실거래 신고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더 많은 거래 건이 기록될 예정이지만, 올 들어 계속된 하락세를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물려 그간 굳건했던 가격 상승세 역시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달 2째 주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 대비 서울(0.15%→0.14%)과 수도권(0.26%→0.23%) 모두 폭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은 3주 연속, 수도권은 5주 연속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전세난 등 매매가격 상승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하락을 전망하기는 어렵다"며 "너무 급하게 올라온 가격에 아직은 숨 고르기를 하는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